정치
코로나 뚫고 한국 찾은 비건, 1인 2역 '광폭 행보' 나서
입력 2020-07-08 17:15  | 수정 2020-07-15 18:0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뚫고 한국을 찾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는 오늘(8일) 오전에만 외교부 고위당국자 3명과 잇따라 회동하며 광폭 행보를 보였습니다.

미 국무부의 '넘버 2'인 부장관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대북 협상을 총괄하는 대북특별대표라는 2개의 '모자'를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 도심의 한 호텔에서 조찬을 겸해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1시간가량 회동한 그는 숨 고를 틈도 없이 종로구 도렴동에 있는 외교부 청사를 찾았습니다.

먼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예방한 뒤 의제에 따라 카운터파트를 달리하며 2차례 공식 협의를 가졌습니다.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포함해 한미 현안을 두루 협의할 때는 부장관 자격으로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과 한반도 정세와 한미 간 대북공조를 논의할 때는 대북특별대표로서 이도훈 본부장과 협상테이블에 앉았습니다.

논의 내용이 다른 만큼 한미 전략대화와 북핵수석대표 회동 뒤 각각 별도의 내외신 브리핑을 했습니다.

오전에만 이도훈 본부장과 조찬→강경화 장관 예방→조세영 차관과 전략대화→언론 브리핑→이도훈 본부장과 한미 북핵수석대표 회동→언론 브리핑 등의 일정을 숨 가쁘게 소화한 셈입니다.

그가 부장관에 취임한 이후 한국을 찾은 것은 처음으로, 작년 12월 방한 때는 부장관 지명자여서 지금보다 무게감은 덜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이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해외출장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팬더믹(전 세계적 유행) 상황이 계속되는 와중에 방한한 터라 항상 마스크를 쓴 채 이동하고 강경화 장관, 조세영 차관 등을 만날 때도 악수 대신 멀찌감치 떨어져 눈인사를 하거나 팔꿈치 인사를 했습니다.

그는 전날 도착 직후에는 예정에 없던 코로나19 검사까지 받았습니다. 최대한 조심하기 위해서라는 게 주한 미 대사관의 설명입니다. 미국은 대표단도 6명으로 최대한 단출하게 꾸렸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의 방역 능력에 찬사를 늘어놓으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그는 강 장관과 만난 자리에선 "모든 것이 복잡하지만 한국 정부는 제가 여기에 안전하게 도착하는 데 필요한 세부 사항을 해결하는 데 매우 협조적이었다"며 "한국 질병관리본부는 함께 일하기에 훌륭했다"고 말했습니다.

조세영 차관에게는 "한국 정부가 미국이 팬더믹으로 가장 어려운 시기에 절실히 필요했던 개인 보호장비와 진단키트를 아낌없이 지원해준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면서 "한국전쟁 참전용사에게 개인 보호장비를 제공한 것이 모든 미국인의 가슴을 울렸다"며 거듭 감사의 뜻을 표했습니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조세영 장관과 오찬을 함께하며 한미 현안에 대한 협의를 이어가고 오후에는 국가정보원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박 3일 일정으로 방한한 비건 부장관은 입국 첫날부터 강행군이었습니다.

미 군용기를 타고 오후에 도착한 그는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 뒤 밤늦게야 서울로 향했습니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준비한 정식 만찬은 취소됐지만, 대사관저에 들러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와 심야에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방한 마지막 날인 9일 청와대에서 서훈 국가안보실장을 만날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 일본으로 떠날 예정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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