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부터 홈쇼핑 카탈로그를 통해 신발과 가방을 판매해 온 박영일 '라파파' 대표(49)는 최근 판로를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우정사업본부가 카탈로그 사업을 운영하는 홈쇼핑 사에 제공하던 우편요금 감액률을 이달부터 46~58%에서 38~50%로 감소시키기로 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유통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카탈로그 발송 비용이 1년 만에 급증한 홈쇼핑사들은 '카탈로그 사업 자체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카탈로그를 통해 상품을 유통하는 기업의 95%가 중소기업이어서, 이들의 주요한 판로가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대표는 사업 시작과 동시에 카탈로그를 주 판매처로 삼았다. 지난해에는 카탈로그 하나로만 2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광고비와 수수료를 합하면 판매액의 19~27% 수준의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백화점·홈쇼핑보다는 수수료가 낮고 준비해야 하는 재고량이 적었다. 쿠팡 등 이커머스도 사용해 본 적이 있으나 상품 단가를 과도하게 낮춰서 들어가야 해 수익이 나지 않았다. 그는 "주 고객이 50대 이상인데, 이들에게는 카탈로그가 유일한 주문 방식"이라며 "홈쇼핑 회사들이 카탈로그 서비스를 중단하면 마땅한 다른 판로가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 연매출 1조가 넘었던 카탈로그 산업의 규모는 현재 1400억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아직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롯데홈쇼핑·NS홈쇼핑을 비롯해 대부분의 홈쇼핑 업체들이 카탈로그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비용 상승 등을 이유로 중단했다. 지난해에는 GS샵과 CJ오쇼핑 등이 해당 서비스를 중단했다.
업계는 카탈로그로 상품을 유통하는 납품사 90% 이상이 중소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판매처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NS홈쇼핑 카탈로그에는 500여곳의 납품사 제품이 게재되는데 이중 480곳 이상이 중소기업 제품이다. 주사용 고객들 역시 타 채널로의 전환이 어려운 고령층이라 다른 채널로의 전환이 어려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유통업이 전반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어 올해만이라도 감액률 하향을 유보하거나 폭을 줄여달라고 요청했으나 우정사업본부 측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2011년부터 우편사업 적자가 이어지고 있어 경영 수지 개선을 위해 우편요금 감액률 조정을 시행했다"며 "이번 조정은 7년만의 조정"이라고 말했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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