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민을 호갱으로…美 코로나 진단시장의 과도한 탐욕
입력 2020-07-06 12:11  | 수정 2020-07-13 12:37

미국 텍사스에 거주하는 친구 사이인 팜 르블랑과 지미 하비 씨는 최근 오스틴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진단을 받았다.
텍사스 해아늘 따라 캠핑과 카약을 즐기기 전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진단 테스트를 결정한 것이다.
한 병원에서 같은 조건으로 테스트를 받았는데 이 두 명에게 청구된 비용은 너무나도 달랐다.
하비 씨에게는 199달러의 현금이 청구된 반면 보험 지불을 선택한 르블랑 씨에게 병원은 한화 760만원이 넘는 6408달러의 청구서를 내민 것.

르블랑 씨는 "바보처럼 보험을 이용하는 게 더 저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현금을 조건으로 한 내 친구보다 32배를 더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개탄했고 이 사례는 지난달 뉴욕타임스(NYT)에 기사화돼 화제를 모았다. 국가 재난사태인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에도 과도한 수익을 추구하는 미국 의료기관 행태는 여전했던 것이다
해당 병원은 르블랑 씨 보험사와 가격협상을 통해 최종 청구액을 1128달러로 결정했고 이 중 928달러를 르블랑 씨가 지불해야 했다.
이는 전적으로 민간의 의료서비스 가격을 규제하지 않는 미국 보건정책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팬데믹 국면에서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한 병원이 32배의 차이를 두는 건 미국 소비자 입장에서도 상당히 부당하다고 느낄 만한 사례였다.
방역의 최전선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의료진에 감사하면서도 막상 부당한 가격으로 청구되는 병원 행태를 보면 분노가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진단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코로나 증상이 있으면 의사의 소견만으로도 보험 적용이 돼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반면 미국은 ▲환자 거주지 ▲유증상 수준 ▲테스트 방식(유전자증폭·항체검사)▲검사장소(드라이브스루·일반병동·응급병동) 등에 따라 천차만별로 가격이 책정된다.
현지매체 보도를 보면 지난 4월 가장 극심한 팬데믹을 겪었던 미국 뉴욕주를 기준으로 평균 청구액은 테스트 한 건 당 235달러로 파악된다.
이를 6일 현재 미국 내 테스트 완료 건수( 3758만 건)에 적용하면 무려 88억3130만 달러로 한화 10조원이 넘는 막대한 시장이 형성됐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첫 관문인 진단테스트 시장에서 과도한 수익추구 행위에 미 식품의약국(FDA)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FDA는 최근 의료진 도움 없이 집에서 간편하게 항체검사를 할 수 있다고 선전한 업체 3곳에 대해 "공중보건 비상 상황에서 우리가 규제의 신축성을 제공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사기 행위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강력 경고했다.
이들 업체는 각각 미국, 홍콩, 아랍에미리트 소재 기업으로 FDA로부터 정식 승인은 고사하고 긴급승인도 획득하지 않은 채 과장·허위광고로 제품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한 업체는 FDA 로고를 무단으로 사용할만큼 대범한 판촉 활동을 전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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