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文 공급확대 지시했지만…재건축 촉진·대출완화 빠져 효과 의문"
입력 2020-07-03 17:46  | 수정 2020-07-03 19:56
◆ 부동산시장 어디로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내린 부동산 정책 관련 지시 사항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뒤늦게나마 그간 정책 방향이 잘못됐다는 문제의식을 느낀 점은 다행이지만 정작 효과가 큰 핵심 대책들은 또 빠졌다"며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실수요자 대출 한도(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주택 시장 동향 관련 긴급보고를 받고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자에 대한 지원 확대' '다주택자에 대한 세부담 강화' '주택 공급 물량 확대' 등 크게 3가지 정책 방향을 지시했다.
여기에 보완책이 필요하면 주저하지 말고 22번째 추가 대책을 만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그간 무려 21차례에 걸친 부동산 정책의 미흡함을 사실상 인정하고 정책 방향성을 '실수요자 보호·공급 확대' 위주로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진 점에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방법론에 있어 여전히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실효성이 의심되는 정책이 많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김 장관에게 가장 먼저 실수요자 지원을 강조하며 청년·신혼부부 등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를 위해 취득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현재도 취득세율(1.1~3.5%)이 낮아 감면 효과가 미미한 세제 지원보다는 실수요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한도 규제(투기지역은 최대 LTV 40%) 완화가 더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무주택자가 주택을 최초 구입할 때 다른 선진국처럼 장기저리 대출상품을 적용하는 등 금융 혜택을 대폭 늘려야 한다"며 "소득이 충분하다면 집값의 80%까지 30년 분할상환 초저금리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신혼부부 등을 위한 생애 최초 특별공급 물량을 확대하라는 지시에 대해선 특정 세대 저소득층을 위한 호혜적 혜택에서 그치지 말고 무주택자를 위한 보편적 혜택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를 청년·신혼부부 계층으로만 제한하는 것은 사회적 갈등을 정부가 부추기는 꼴"이라며 "최근 문재인정부 주 지지층인 30대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을 크게 의식한 정책이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송인호 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서민·실수요자에 대한 기준이 연거푸 바뀌어 혼란만 커지고 혜택을 적용받지 못하는 계층의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며 "생애 최초 특별공급 자격 기준을 대폭 완화해 분양가나 부부의 연봉 수준에 상관없이 청약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기다리면 누구나 집을 싸게 장만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 투기과열지구 중소형 면적(85㎡ 이하) 청약에도 일부 추첨제를 다시 도입하는 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택 공급 물량 확대의 경우 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3기 신도시 사전 청약 물량을 늘리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들이 실제로 원하는 것이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한 강남 등 서울 시내 핵심지 공급 확대라고 보고 있다. 권 교수는 "3기 신도시 공급량을 아무리 늘려도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서울 핵심지의 새 아파트이기 때문에 별 소용이 없을 것"이라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등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해 도심 공급을 늘리는 것 외에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할 다른 방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고 원장은 "서울 핵심 지역을 잇는 GTX나 신안산선, 서울경전철 등 역세권 주변에 미니 신도시급 택지 개발이 필요하다"며 "수천 가구 단위라도 서울과 인접한 지역 그린벨트를 해제해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강화 방침의 경우 보유세 인상과 함께 양도세 등 거래세를 완화해 다주택자들의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지 않아 매매와 전세 모두 매물 부족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다주택자 양도세에 정상 세율을 적용하는 등 매물을 내놓는 데 도움을 줄 거래세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당 주도로 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3법에 대해선 집주인보다 세입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우려가 컸다. 송 부장은 "임대차3법 중 전월세 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무리한 제도 도입이 임대료 급등이나 주거 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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