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산 파멥신 대표는 회사의 항암 신약 후보물질 올린베시맵의 가격에 대해 연간 투약하는 약값으로 10만달러는 받아야 한다고 3일 밝혔다. 같은 계열로 분류되는 로슈의 아바스틴(베바시주맙)이 처음 출시된 지난 2004년의 가격 수준이다.
유진산 대표는 지금까지 올린베시맵의 임상에서는 아바스틴에서 나타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고 더 완벽하게 신생혈관을 억제할 수 있기에 아바스틴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은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린베시맵은 혈관내피성장인자(VEGF)가 결합하는 혈관 외피의 R2수용체를 차단해 암세포로 영양분을 공급하는 신생혈관이 생성되는 걸 막는 방식의 항암 후보물질이다.
파멥신은 현재 올린베시맵에 대해 재발성 뇌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호주에서 임상 2a상을 완료했고, 아바스틴에 반응하지 않은 재발성 뇌종양 환자를 대상으로는 미국과 호주에서 임상 2상을 하고 있다. 아바스틴 불응성 재발성 뇌종양 환자 대상의 임상은 36명을 모집할 계획이었지만, 8명을 모집하는 데 그치고 환자 모집이 중단된 상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때문이다.
면역관문억제제인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과의 병용임상도 진행되고 있다. 키트루다를 개발한 머크와 손잡고 호주에서 진행하는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 환자 대상의 병용임상 1b상은 올해 하반기 중 마무리돼 연말이나 내년 초 임상 2상 진입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유진산 대표는 말했다.
병용 임상 2상이 완료되면 머크로의 기술수출도 기대된다. 유 대표는 "임상 1상 데이터에 대해 머크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피험자 수가 6명에 불과해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더 큰 규모의 임상에서도 비슷한 데이터를 확보하면 머크가 거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파멥신은 올린베시맵 외에도 혈관 관련 치료 후보물질 2종(PMC-402·403)과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1종(PMC-309)의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우선 PMC-402·403은 혈관을 정상화하는 '혈관 분화 및 안전 촉진 수용체(Tie2)'를 활성화해 암세포가 만든 신생혈관을 정상화해 약물과 면역세포가 암세포로 진입하도록 만드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혈관을 정상화하기에 노인성 황반변성, 급성호흡곤란증후군, 급성신손상 등으로 적응증을 확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PMC-309는 T세포와 작용해 면역기능을 억제하는 '골수 유래 면역억제 세포(MDSC)'가 T세포와 결합하는 통로인 VIST를 차단하는 방법으로 T세포의 항암작용을 돕는다. 이전까지 면역항암제가 암세포가 T세포를 무력화하는 통로를 차단했다면, PMC-309는 T세포의 활성도 자체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파멥신 측은 "과거 존슨앤존슨(J&J)이 이뮤넥스트로부터 도입한 항VISTA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 1상을 진행하다가 피험자 11명 중 1명에서 사이토카인폭풍이 일어나 개발을 중단했다. 약물이 VISTA가 아닌 다른 곳에 붙었다는 점이 나중에 알려졌다"며 "PMC-309는 VISTA에 굉장히 특이적으로 결합한다"고 전했다.
[한경우 기자 case10@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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