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유망주 고 최숙현 선수가 지도자와 선배들로부터 가혹행위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의혹과 관련해 경주시가 팀닥터(운동처방사)로 알려진 A씨를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로 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3일 "전 경주시청 소속 고 최 선수가 지난달 26일 불행한 일로 유명을 달리한 데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폭행당사자인 팀 닥터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 후 고발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일 경주시는 경주시체육회 직장운동경기부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감독에 대한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지만 팀닥터는 경주시체육회 소속이 아니어서 운영위원회 인사청문 대상에서 제외됐다.
A씨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선수단이 전지훈련 등을 할 때 임시 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3년부터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감독의 소개로 각종 대회나 전지훈련 등에 참여하며 최 선수를 폭행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그동안 언론에 공개된 녹취록에는 A씨가 전지훈련 등에서 고인에게 "이리와, 이빨 깨물어"라고 말한 뒤 수차례 폭행하는 소리도 공개됐다.
하지만 A씨는 의사 면허가 없는 사람으로 드러났다. 대한의사협회는 "가해자로 지목된 '팀닥터'는 의사가 아닐 뿐 아니라 의료와 관련된 다른 면허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통상 팀닥터는 운동 경기에서 선수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진을 말하는데 이 경우 의사 면허는 물론 다른 면허도 없었다는 것이다. 의협은 "의사가 아닌 사람을 팀닥터로 호칭하는 체육계의 관행이 근본적인 잘못이며 이를 그대로 인용하는 것도 잘못"이라고도 밝혔다.
최 선수는 전 소속팀인 경주시청 감독과 A씨로부터 식사 자리에서 탄산음료를 시켰다는 이유로 20만원 정도의 빵을 먹게 한 행위, 복숭아 1개를 먹고 감독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당한 사례, 체중 조절에 실패하면 3일 동안 굶게 한 행동, 슬리퍼로 뺨을 때린 행위 등 온갖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과 관련해 대구지검도 본격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경찰로 건네받은 수사 자료를 검토한 뒤 이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경주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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