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반정부 성향의 유명 가수가 피살되자 이에 반발한 시위대가 군경과 충돌해 80명 이상이 사망했습니다.
사망자 가운데 대다수는 민간인이며 일부 군경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현지시간으로 1일 보도했습니다.
지난달 29일 에티오피아 최대 부족인 오로모족 출신 가수 34살 하차루 훈데사가 총격으로 숨진 뒤 이튿날인 30일부터 수도 아디스아바바 등 여러 도시에서 훈데사의 사망에 분노하는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시위대는 도로를 차단하고 타이어를 불태웠으며, 군경은 시위대를 해산하려고 최루가스와 실탄을 발사했습니다.
시위 이틀 차인 이날 일부 지역에는 군 병력이 배치됐습니다.
또 아디스아바바 곳곳에서 총성이 이어졌으며, 마체테(날이 넓은 긴 칼)와 막대기를 든 폭력조직도 거리에 나타났습니다.
오로모족 청년들이 경찰이나 다른 부족과 맞붙는 모습도 포착됐다고 가디언은 전했습니다.
주민들은 "더는 경찰이 우리를 지켜줄 거라고 믿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무장했다"면서도 2일 열리는 훈데사의 장례식 이후 폭력 사태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훈데사의 장례식에 참석하려 했던 아디스아바바 인근 주민은 "군이 마을에 난입해 애도를 표하러 (장례식에) 갈 수도 없다"면서 "기관총으로 무장한 정찰 차량 외엔 어떤 차량도 이동이 금지됐다"고 말했습니다.
가디언은 경찰이 시위 진압 과정에서 오로모족의 유명한 야권 지도자 베켈레 게르바와 언론인 자와르 모하메드를 체포한 것이 시위의 또 다른 도화선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훈데사는 오로모족의 인권을 강조하는 정치적 메시지가 담긴 노래를 불렀습니다. 오로모족의 반정부 시위를 이끄는 청년들은 훈데사의 노래를 즐겨 사용했습니다.
특히 그의 사망이 대규모 시위로 번진 배경에는 에티오피아의 고질적인 부족 갈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오로모족은 지난 수십년간 이어진 정치·경제적 차별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상태입니다.
이에 오로모족이 모여 사는 오로미아주에서는 2015년 말부터 2018년 초까지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아비 아머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는 2018년 4월 취임한 뒤 국경분쟁을 겪은 이웃국가 에리트레아와의 화해를 일군 공로로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았지만, 에티오피아 내 부족 갈등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