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이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분 헌납'에 관한 협상을 요구하는 정식 공문을 제주항공에 보냈다. 그동안 제주항공은 지분 헌납 발표에 대해 "사전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일", "협의할 사안은 공문을 보내오면 판단할 것"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왔다. 이번 공문을 계기로 교착 상태에 빠져있던 양사의 인수·합병(M&A) 작업이 한발 나아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의 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는 지난달 30일 제주항공에 이러한 내용이 담긴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는 이 의원의 지분 헌납 결정에 대한 취지와 향후 M&A 진행 방식 등을 협의하자는 제안 등이 포함됐다. 특히 인수 과정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 건을 비롯한 계약서상 선행 조건에 대해서는 "문제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달 중순 "선행 조건을 해결해달라"며 이스타홀딩스에 공문을 보냈다.
이처럼 이스타홀딩스가 공문을 보낸 데는 실제 지분 헌납이 이뤄지려면 당사자 간 협의가 필요해서다. 어떠한 방식으로 지분을 넘기느냐에 따라 계약 주체가 달라질 수 있다. 헌납 방식은 크게 2가지로 좁혀진다. 우선,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38.6%)을 제주항공에 매각한 뒤 매각대금을 이스타항공에 증여하는 방식이 있다. 이 경우 매각 주체는 기존과 같다. 다른 하나는 지분을 먼저 넘기고 이스타항공이 이를 제주항공에 매각하는 것이다. 이 경우 매각 주체는 이스타항공으로 바뀌게 된다. 협의에 따라서는 제3의 방식이 나올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지분 헌납 방식 등에 대해) 법률 검토를 거쳐 제주항공과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결론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스타홀딩스로부터 공문을 받아 법무법인에 검토를 의뢰한 상태"라며 "선행 조건이 충족되는지를 법률적으로 살펴본 뒤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는 이번 M&A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기업결합심사 결과가 이르면 이달 중순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시점을 전후로 양사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스타항공의 경우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보니 시장에서는 제주항공의 결정을 주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국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제주항공"이라며 "(제주항공은) 충분히 득실을 따진 뒤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광섭 기자 /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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