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개발됐지만 약사집단의 반대로 상용화 하지 못한 '의약품 화상투약기(의약품 자동판매기)'가 또 좌절됐다. 의약품 화상투약기를 개발한 3R 코리아에 따르면 '의약품 화상투약기'는 지난달 30일 과기부 ICT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 안건으로 오르지 못했다. 실무자들로 구성된 사전검토 위원회에서 이를 안건으로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결국 이번에도 대한약사회와 약사회로부터 요청을 받은 국회의원들의 반대를 넘지 못한 것이다.
3R코리아는 지난해 ICT규제샌드박스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심의대상 과제로 선정됐다. 하지만 9월에 잡혀있던 심의위원회가 11월로, 올해 6월로 계속 미뤄지더니 결국에는 안건에 조차 오르지 못했다. 현행 약사법에서는 비대면으로 약을 판매하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에 제한적으로만 실증을 허용해주는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했지만 이마저도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심의를 하루 앞둔 29일 남인순 의원(열린민주당)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화상투약기를 규제샌드박스에 올리는 것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정부안으로 화상투약기를 합법화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됐으나 국회의원들의 반대로 자동 폐기됐다.
'의약품 화상투약기'는 약국이 문을 닫은 밤이나 주말에 약사와 화상연결을 통해 비상약을 구매할 수 있는 자판기다. 편의점에서 현재 판매중이 13개 비상의약품 외의 약품을 더 판매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크게 증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약국에만 설치할 수 있고 약사만 판매할 수 있다.
대한약사회는 1일 의약품 화상판매기 도입을 즉각 철회할 것을 주장했다. 대한약사회는 "자판기를 설치하는 약국은 자리를 빌려주는 것일 뿐 실질적인 운영자는 영리 기업자본"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이를 밀어붙이는 것은 성과주의식 행정에 치우친 무리수"라고 주장했다. 대학약사회는 정부가 이를 강행한다면 대대적인 대정부 투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인술 3R코리아 대표(약사)는 대한약사회가 화상투약기의 영향력을 과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화상투약기는 처방전이 필요없는 일반의약품을 약사가 하나씩 확인하면서 판매하므로 훨씬 안전하다"면서 "약사들에게는 신개념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코로나 사태를 맞아 비대면(언택트) 산업 발전의 물꼬를 트는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규제완화와 비대면 경제가 대통령 정책사항인데 정치논리와 이익집단에 밀려 시도도 못해보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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