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무역금융펀드 또…피델리스운용 조기상환 실패
입력 2020-07-01 17:43  | 수정 2020-07-01 22:34
코로나19 영향으로 교역량이 줄어들고 원자재 수요가 급감하자 곳곳에서 무역금융펀드 환매가 연기되고 있다. 바이어에게 제때 대금을 받지 못한 무역금융회사들의 매출채권이 지급유예되면서 투자금 회수에 난항을 겪고 있다. 1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피델리스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싱가포르무역펀드14호가 당초 예정대로라면 지난달 초 상환돼야 했지만 바이어들이 원리금을 지급유예하는 상황이 오자 올해 말로 상환 시기가 늦춰졌다. 이 펀드는 싱가포르 소재 우량 원자재 무역회사인 아피스(Apies)가 원자재 매입 회사(바이어) 측에서 받은 확정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펀드였다.
연 5%대 수익률을 약속하면서 한국투자증권 등에서 130억원어치 판매됐다. 보험에 가입한 후 글로벌 무역보험 전문 자문사에서 매출채권을 최종 검증받는 등 이중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아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2011년 설립 이후 매출채권 디폴트가 단 1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아피스가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채권을 대거 지급유예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이 매출채권에 투자한 피델리스 싱가포르무역펀드14호를 비롯해 구조가 비슷한 다른 펀드 400억원도 조기 상환이 불발됐다. 원래 펀드 최종 만기는 매출채권 만기 1년에 보험금 청구·지급 기간 6개월을 덧붙인 구조로 돼 있었는데 이번 지급유예로 조기 상환 시 1년에다 6개월 추가 기한이 생긴 것이다. 또 판매사인 한국투자증권에서는 펀드 만기가 1년6개월이라고 제대로 공지하기보다는 정상 상환 매출채권은 모두 1년 후 조기 상환된다고만 강조해 불완전판매 여지도 제기되고 있다.
피델리스자산운용은 무역금융 등 대체자산 투자에 전문성을 발휘해 온 회사로 이번 라임CI펀드 자금 회수에 관한 컨설팅 단독 후보로 올라 있다. 이 회사가 발굴한 무역금융회사의 매출채권이 대거 지급유예되면서 업계 무역금융펀드 전반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교역이 얼어붙으면서 국내 무역금융펀드 환매 연기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피델리스 싱가포르무역펀드는 환매연기는 아니지만 최근엔 NH투자증권이 발행해 KB증권이 판매한 무역금융펀드 기반 파생결합증권(DLS)인 'KB에이블DLS신탁TA인슈런스 무역금융펀드' 환매가 연기됐고 플랫폼파트너스의 '더플랫폼아시아무역금융 1Y' 역시 만기가 연장됐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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