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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펀드` KIC, 농협과 해외대체자산 공동투자
입력 2020-07-01 17:43  | 수정 2020-07-01 20:18
한국투자공사(KIC)가 1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창립 15주년 기념 세미나를 열었다. 왼쪽부터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보, 김석진 경북대 교수(KIC 운영위원장), 최희남 KIC 사장, 윤후덕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 허장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 김인준 서울대 교수. [사진 제공 = KIC]
대한민국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와 농협중앙회가 손잡고 해외 대체투자에 나선다. 세계 7위 규모 국부펀드로서 글로벌 금융시장 큰손인 KIC가 검증된 우량 해외 대체투자처를 발굴하는 과정에 농협중앙회가 자금을 보태 힘을 더하는 방식이다. KIC가 국내 투자 기관의 해외 투자 컨트롤타워로서 제 기능을 다해 말 그대로 국부 증진 선봉에 나선 모습이다. 이 같은 국부 증진 가속화를 위해 KIC 출자 가능 기관을 제한한 한국투자공사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박학주 농협중앙회 운용본부장(최고투자책임자·CIO)은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KIC 창립 15주년 기념 세미나'에 참석해 "지난해 KIC와 해외 투자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지속적으로 교류해 KIC와 해외 대체투자 펀드 조인트벤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동 투자가 이뤄지면 KIC는 기존 한국은행 외환보유액과 기획재정부 외국환평형기금 외에 외부에서 공급된 자금을 처음으로 유치하게 된다. 한은과 기재부의 KIC 출자금은 1081억달러(약 130조원)로 해당 원금은 수익금을 합쳐 현재 1573억달러(약 189조원)로 불어난 상태다.
박 CIO는 "투자자금은 늘어나는데 대상은 한정돼 수익을 늘리기 위해서는 딜 소싱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해외 유망 투자처 딜은 국내 기관에 기회조차 없어 KIC와 손잡고 뛰어난 글로벌 네트워크 능력을 공유하길 원했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는 상호금융 총자산 402조원을 굴리는 큰손이다. 총자산 중 266조원은 대출(여신)로 운용되고 있으며 나머지 136조원은 경제사업(하나로마트 등)과 채권을 중심으로 한 유가증권 운영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공익 성격이 강한 경제사업 부문 등의 손실로 지난해 총자산이익률은 0.42%에 불과하다.
KIC는 농협중앙회 외에도 국내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투자가와 공동 투자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최희남 KIC 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정보 공유를 넘어 공동 투자를 넓혀 국내 기관이 해외 투자를 함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이 같은 국내 금융산업 발전 지원과 장기 수익성 증진 등을 통해 또 다른 15년 뒤인 2035년에는 운용자산 4000억달러 규모인 일류 국부펀드로 성장하겠다는 비전도 밝혔다.
그러나 현재 KIC에 자산을 위탁할 수 있는 곳은 한은, 기재부와 더불어 국가재정법에 의한 기금인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에 불과하다. KIC 설립 근거법인 한국투자공사법이 자산 위탁 가능 기관을 명시해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농협중앙회와 KIC는 해외 운용사를 중간에 끼고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자금을 공동 위탁하는 형식을 취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령상 제한 때문에 해외 운용사에 불필요한 수수료를 추가 지급해 국부를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윤후덕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추가경정예산 때 늘 국채를 발행해서 재원을 조달하는데 국부펀드가 재정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어려울 때 국민적 합의를 거쳐 세금과 국채 발행을 늘리지 않고 재정을 충당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본다"고 말했다.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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