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이창용 IMF국장 "경기부양책 3T 충족해야…규모뿐 아니라 사용처 중요"
입력 2020-07-01 17:32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 [매경DB]

전세계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자가 1000만명을 돌파하고, 미국 등 일부 지역에선 2차 확산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경제의 'V자 경기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다시 낮아졌다.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로 제시했다. 지난 4월 전망치(-1.2%)에서 더 낮춘 셈으로 이같은 예상이 맞으면 올해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5.1%)에 이어 역사상 두번째로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정부는 35조원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 카드를 꺼내들며 경기방어에 나섰지만 예산 용처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도 뒤따른다.
이에 대해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은 매일경제와 지난 30일(현지시간) 이메일·전화 인터뷰를 하고 정부와 일부 정치권에서 장기적인 재원 부담이 확실시되는 정책을 IMF가 권고하고 있는 단기 부양책과 혼재시켜 논의하는 데 대해 염려를 나타냈다. 이와 함께 저성장 추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공부문 고용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견을 나타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약.
- 이번에 IMF가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한 배경과 의미는.
= 지난 4월 예상에 비해 대다수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이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3%에서 -4.9%로, 미국은 -5.9%에서 -8%로 하향 전망했다. 그간 봉쇄정책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데 효과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 중국 등은 조기 봉쇄정책 효과로 2분기부터 경제가 회복세로 전환돼 상대적으로 조정 폭이 작다. 다만 IMF가 이들 국가에 대해서도 내년도 전망치를 낮춘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는 앞으로 백신이나 치료약이 개발되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여파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세계경제가 V자 반등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미다. 한국의 경우 올해 경제 충격은 다른나라에 비해 작은 편이지만 높은 무역의존도로 인해 회복 과정이 다른 선진국 상황과 '디커플링'되기는 어려운 구조다.
- 한국은행의 올해 성장률 예상치는 -0.2%로 IMF와 괴리가 있는데.
= 지금은 전망의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 백신 개발, 전세계적 2차 확산 여부, 미국과 유럽의 회복 속도 등에 따라 전망치가 많이 바뀔 수 있다.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대체로 낙관적 전망을 하고 있는 반면 IMF는 보수적으로 보는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조기 봉쇄에 성공해 미국, 유럽의 록다운(lockdown) 영향에 대해 과소평가하는 측면이 있다.

- 지금까지 한국 정부의 대응은 적절했나.
= 국제통화를 갖지 못한 국가들과 비교하면 초기 대응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적지 않은 규모의 부양 정책을 실시했다. 재정지출 외에 금융시장을 통한 지급보증, 출자, 대출 지원 등을 포함하면 지난 6월 기준으로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3% 정도를 투입했다. 앞으로 더 큰 부양책이 필요한지는 경제 회복세를 보면서 결정할 문제다. IMF는 한국이 재정정책 여력이 있기 때문에 경기침체가 더 심화되면 적극적으로 재정여력을 활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 재정 여력이 있다고 하지만 한계가 있지 않을까.
= 재정 여력의 개념은 단기적으로 경기부양 정책을 할 여력이 있느냐의 문제다. 일시적인 재정지출 증대를 통해 극심한 경기침체가 중장기 경제성장률에 항구적인 상처를 내지 못하도록 막자는 것이다. 한국은 단기적으로 국제 금융시장 접근성이 있고, 국가부채비율도 낮으니까 경기부양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같은 지출 증가가 일시적이 아니라 영구적이라면 다른 문제가 된다. 장기 재정건전성을 훼손해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 그런 측면에서 지금까지 부양 예산의 용처는 적절했다고 보는가.
=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실업보험 급여 지급기간을 연장하거나 유동성 부족으로 시달리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등 대부분의 정부 지출안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일부 지출에 대해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IMF는 규모뿐 아니라 사용처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이번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단기부양정책에서 '3T'가 중요하다. 선별적이고(Tageted), 일시적이며(Temporary), 투명해야(Transparent) 한다. 한국은 고령화로 인해 국가부채비율이 2040년이면 GDP 대비 60%를 넘고 2050년에는 100%에 가까워진다. 단기 경기부양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재정 안정성을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 바람직하지 않은 재정지출을 예로 든다면.
= 경기부양책을 명분으로 공공기관 고용을 항구적으로 늘리거나 새로운 복지제도를 재원계획없이 도입하는 것 등이 좋은 예다.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우선 IMF는 한국의 복지정책과 사회안전망이 더욱 강화돼야 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도 줄어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음을 분명히 해둔다. 그러나 이를 해결하려고 공공부문 고용규모를 늘리고, 비정규직의 정규화도 공기업이 선도해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공감하기 어렵다. 사회적 정의와 형평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이후 다른 공기업들이 정규직 전환을 요청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공공부문 확대와 정규직 전환에 필요한 장기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지는 논의하지 않고 있다. 안정적 공기업 취업을 원하는 청년들에게는 당장 달콤한 정책일지 몰라도 공공부문 임금이 국민 세금에서 충당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미래 청년들이 져야할 부담이 늘어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축구시합을 준비하는데 힘들게 뛰어야 할 선수를 찾기보다 협회 직원만 늘이려는 셈이다. 비정규직 차별 해소가 시급한 과제더라도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는 없다. 재난지원금 역시 전국민 대상보다 선별적으로 실업자, 유동성 위기를 겪는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지원 등에 썼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 13조원을 금융기관 지급보증 재원으로 사용했다면 10배 이상을 조달해 파산과 대량실업을 막는 데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기본소득제도 역시 장기 재원조달 계획없이 주장한다면 또 다른 포퓰리즘의 사례가 된다.
- 저금리 장기화가 예상되는데 통화정책을 조언한다면.
= 전세계적으로 저성장과 낮은 인플레이션율이 기조가 되면서 중앙은행 기능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이제 신용 리스크를 직접 떠안으면서 회사채까지 매입한다. 단기 이자율 조정이나 인플레이션 타깃팅의 기존 틀을 넘어 양적완화(QE), 일드커브컨트롤(YCC)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활용을 준비해야 할 때가 가까워지고 있다. 한번 더 큰 쇼크가 온다면 미국처럼 기획재정부와 한은이 협조적 부양정책을 펴는 일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 미중 무역분쟁이 새로운 뇌관이 될 것인가.
= 어느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단순히 경제가 아니라 정치가 연결된 문제이고 그 영향은 지대하다. 11월 미국 선거의 결과와도 관련성이 크다. 미중간 긴장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따라 중국 성장률, 글로벌 밸류체인 등이 크게 바뀔 수 있다. 코로나19 못지 않게 큰 리스크가 미중 갈등인 셈이고 우리에게는 북한 핵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 He is…
△1960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미국 로체스터대 조교수,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 국장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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