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금융 라운지] 외국계은행이 배당에 목매는 속사정
입력 2020-07-01 17:21 
SC제일은행 등 국내 외국계 은행들이 '자기자본이익률(ROE) 10%'를 맞추기 위한 자본효율화에 사활을 걸었다. 해외 모그룹이 투자 대비 수익성이 나오지 않으면 영업 규모 축소 등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엄포'를 놨기 때문이다. 이들 은행이 '국부 유출' '철수설' 등 따가운 여론 시선에도 고배당을 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도 여기에 있다. 1일 각 은행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SC제일은행의 ROE는 8.32%로, 지난해 1분기 6.68%보다 1.64%포인트 껑충 뛰었다. 전체 은행권의 평균 ROE가 같은 기간 7.99%에서 6.29%로 1.7%포인트 하락한 것과 정반대 행보다. ROE는 투입된 자본 대비 얼마나 많은 이익이 났는지 보여주는 기업의 이익창출 지표인데, 수치가 높아지려면 이익이 늘거나 자본금이 줄어야 한다.
SC그룹은 지난해 초 "한국 등 4개 국가는 2021년까지 목표치를 달성하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이 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업금융 분야만 보면 ROE가 20%를 넘지만 개인금융 분야 수익성이 너무 낮은 게 문제"라며 "목표 수치를 맞추기 위한 자본 효율화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의 ROE는 올해 1분기 3.88%에 그쳤지만, 자본효율화 조치에 민감한 것은 마찬가지다. 2018년엔 논란을 무릅쓰고 모회사에 8116억원의 중간배당을 단행했다. 이 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2800억원에 불과했는데 순이익을 뛰어넘는 돈을 모그룹에 보낸 셈으로, ROE를 높이기 위해 자기자본을 줄인 조치로 해석됐다. 은행 관계자는 "당장 중간배당을 예정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모그룹에 적정한 배당이 돌아가야 다시 투자를 받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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