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금리 내려봐야 물가 안올라…물가안정목표제 대체 방안 강구해야"
입력 2020-07-01 13:06 
근원물가 및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 시기에 따라 물가 정책은 달랐으며, 한국은행은 현재 전년 동기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가 되도록 하는 물가안정목표제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 한국은행 홈페이지]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내려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간을 다르게 설정하고 다양한 물가요소를 반영해도 효과가 없었으며, 오히려 기준금리를 올릴 때 물가가 오른 영향이 더 강했다. 이에 따라 금리 정책을 중요시하는 현 물가안정목표제를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근영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경제학회지에 등재한 '금리중시 물가안정목표제는 유효한가'논문에서 "현실적으로 금리조정을 통해 물가안정을 이룩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은행은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내외에서 안정되도록 하는 물가안정목표제를 시행하며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한은이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도 소비자물가나 근원물가 상승률 추이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다.
그러나 이근영 교수의 분석 결과, 정책금리 조정에 대한 소비자물가의 반응은 명확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2000년 이후부터 최근까지의 전체 기간을 어떻게 세분화하거나 또는 어떤 통제변수 등을 사용하거나에 관계없이 나타났다.

이근영 교수는 "소비자물가에 금리조정이 주는 영향은 미미했던 반면 오히려 산업생산에는 금리가 강하게 영향을 줬다"며 "금리 인하나 인상으로 소비자물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리 조정이 물가 안정보다는 경기변동을 완화하는 수단으로써 효과가 더 컸다는 의미다.
금리를 인상할 때와 인하할 때를 나눠서 실증분석해도, 소비자물가는 정책금리를 인하하든 인상하든 모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금리를 올릴 때 물가가 상승하는 경우가 더 통계적 유의성이 높게 나타났다. 반면 산업생산은 금리를 인하하면 상승했으며, 금리를 올려도 하락하지는 않았다. 이 교수는 "다만 한국 산업구조가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진 상황에서 유동성이 풍부한 대기업이 늘었던 만큼, 금리를 내려도 전통적인 기대만큼 투자 효과가 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책금리가 경제성장이나 금융안정의 경우와 달리 물가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불확실한 경우 금리만을 중시하는 물가안정목표제는 향후 제고의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국은행에서도 물가안정목표제와 기준금리 제도를 통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지를 두고 많은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박종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지난달 11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설명회에서 "현행 물가안정목표제를 어떻게 개선할지 한국과 주요국에서 고민이 많다"며 "물가수준목표제나 평균물가목표제 등이 실제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지 않냐는 얘기가 오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물가수준 목표제는 과거 미달분만큼 더 물가를 올리는 점이 물가안정목표제와 다르다. 예를 들어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0%였고 올해 2%를 기록했다면, 평균을 맞추기 위해 내년 물가상승률은 4%까지 끌어올려 평균을 맞추는 방식이다.
평균물가목표제도 비슷한 개념으로, 경기가 호황기일 때는 물가상승률이 2%를 초과하게 만드는 정책을 쓰는 점이 기존과 다르다. 두 가지 방법 모두 기존 물가안정목표제보다는 적극적인 개입을 시사한다.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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