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6천600만년 전 지구를 지배하던 공룡을 사라지게 한 대멸종의 원인을 둘러싼 논쟁에서 소행성 충돌설의 손을 들어주며 쐐기를 박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공룡 대멸종은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반도에 떨어진 소행성이 촉발했다는 가설이 힘을 얻어왔지만 수만 년간 지속한 대형 화산 폭발이 진짜 원인이라는 주장도 끊이지 않고 제기돼 왔습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에 따르면 이 대학과 브리스틀 대학 등의 연구진은 소행성 충돌만으로 공룡이 살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됐으며, 화산 폭발은 동식물이 다시 출현하는 것을 도왔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했습니다.
소행성 충돌이나 대형 화산 폭발 모두 충돌 충격이나 화산재 등으로 먼지 입자와 가스를 대기로 올려보내 햇볕을 차단함으로써 동식물이 살 수 없는 '겨울'을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있습니다. 소행성 충돌 당시 수만 년간 이어진 대형 화산 폭발은 지금의 인도 데칸 용암대지(Deccan Trap)를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공룡은 물론 지구상의 생물종 75%를 멸종시킨 원인을 가려내기 위해 기후변화를 담은 지질학적 자료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분석을 해왔습니다.
연구팀은 이런 기존 접근법에 더해 공룡종이 번성하는데 필요한 강수량과 기온 등 환경적 요인에 관한 정보를 결합해 분석하는 새로운 방법을 활용했습니다. 소행성 충돌이나 대형 화산 폭발 뒤에도 공룡이 살 수 있는 생태 환경이 가능했는지를 분석한 것입니다.
그 결과, 소행성 충돌 뒤에는 공룡의 모든 서식지가 사라졌지만 대형 화산 폭발 상황에서는 적도 주변에 공룡이 살 수 있는 서식지가 일부 남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이런 연구결과는 지구의 모든 공룡 서식지를 파괴한 소행성 충돌에 따른 겨울이 공룡 대멸종을 타당하게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원인이라는 점을 처음으로 정량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했습니다.
특히 화산 폭발이 먼지 입자와 가스를 대기로 올려보내 햇볕을 가리기도 하지만 함께 배출된 이산화탄소(CO₂)는 온실가스로 지구를 덥히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은 새로운 시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먼지 입자와 가스의 역할이 더 커 '화산 겨울'을 촉발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런 입자와 가스가 대기에서 사라지고 CO₂만 남아 지구의 기온을 높이는 작용을 했다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컴퓨터 모델이 초기에 소행성 충돌로 지구 전체에 급격한 겨울이 찾아와 수십년간 이어지지만 화산이 지구의 온도를 끌어올려 많은 서식지를 복원하고 새로운 생명체의 진화를 도왔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을 이끈 알레산드로 치아렌자 박사는 "이번 연구는 비슷한 시기에 이뤄진 화산 폭발이 소행성 충돌로 인한 겨울 뒤 빠르게 온도를 상승시켜 환경적 충격을 줄였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새로운 증거를 제공했다"면서 "화산으로 인한 기온 상승은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동식물의 생존과 회복을 도와 조류와 포유류 등의 즉각적인 팽창을 가져왔다"고 설명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