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명예살인 충격' 이란 도심에 걸린 대형그림…"딸들은 천사"
입력 2020-06-29 09:13  | 수정 2020-07-06 10:05

이란 수도 테헤란 도심 발리아스르 광장에 딸을 사랑하는 부성애를 강조하는 대형 그림이 걸려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란에서 '딸의 날'인 현지시간으로 25일 내걸린 이 그림에는 소파에 앉아 어린 딸의 머리를 빗는 아버지와 그의 무릎을 베고 단잠이 든 다른 딸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그림의 오른쪽 위엔 '나는 이 천사들과 천국에 더 가까이 가고 있다', '딸이 있는 이 가정에 매일 열두가지 신의 은총이 내린다'라는 글귀가 적혔습니다.

보수적 종교·사회적 관습으로 남녀유별이 엄격히 지켜지고 가부장 제도가 여전한 이란에서 아버지가 딸의 머리를 빗는 정도의 친밀과 애정을 부각하는 그림이 시내 한복판에 걸린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이 그림판의 넓이는 약 1천㎡ 정도로 매우 큽니다.

발리아스르 광장은 테헤란에서 교통량이 가장 많은 교차로 중 하나로, 이곳엔 주로 반미, 애국 등과 같은 정치·군사적인 주제로 그린 대형 그림이 걸립니다.

딸의 날에 맞춰 걸린 그림이지만 최근 이란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이른바 '명예살인' 사건에 대한 여론의 비판과 변화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지난달 이란 북부 길란주에서 14살 소녀가 연인 관계인 30살 남성과 결혼하려 했지만 아버지가 반대하자 동반 가출했습니다.

이 아버지는 경찰에 신고해 이 소녀를 찾아낸 뒤 잠이 든 사이 흉기로 살해했습니다.

샤리아(이슬람 율법)의 '키사스'(인과응보) 원칙을 근간으로 하는 이란의 형법상 살인죄는 사형을 받아야 하지만 보호자인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면 이를 적용하지 않습니다.

이슬람 율법을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시각에서는 아버지는 미성년 자녀의 보호자로서 자녀가 성범죄 등을 당하면 불명예를 씻는다는 이유로 살해하거나 자녀의 소유물을 빼앗아도 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란의 현행법상 이 아버지에게는 징역 3∼10년이 선고됩니다.

이 사건이 일어난 뒤 이란 각계에서는 아버지나 남자 형제가 딸, 여동생을 마치 소유물로 보고 '명예살인'하는 행위를 일반 살인죄와 같이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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