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67억 적자에 건물 임대하려는 여대…학생들 "치한 들어온다" 반발
입력 2020-06-28 10:43  | 수정 2020-07-05 11:05

성신여대가 재정난 극복을 위해 다른 기관에 학교 건물을 임대하기로 했으나 학생들이 외부인 출입에 따른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반발해 갈등이 예상됩니다.

오늘(28일) 대학가에 따르면 성신여대는 2022년 강북구 미아동 운정그린캠퍼스 내 건물 2개동 대부분 공간을 공공기관에 임대하는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키로 했다고 지난 8일 공지했습니다.

현재까지 수립된 건물 활용방안에 따르면 일부 학과는 건물 임대에 따라 장소가 재배치되고, 운정캠퍼스의 유일한 도서관인 운정도서관도 이전 대상이 됩니다.

대학 측은 건물 임대로 만성적 재정난을 해결하고 입주기관과의 협력도 확대한다는 구상을 세웠습니다.


지난 5년간 적자폭이 증가해온 성신여대는 지난해 약 167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학교는 현재 남은 적립금 568억원이 2023년께 소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학교 측이 총학생회에 제공한 답변서에 따르면 입주기관은 학생들을 위한 취업·창업 프로그램과 인턴 파견 등 협력사업을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학교 관계자는 "재정난 극복 외에도 협력사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점"이라며 "강의실 재배치는 MOU 체결 후 공공기관 운영주체 및 학생들과 더 구체적인 논의를 해야 해서 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임대사업으로 학생을 위한 공간이 줄어들 뿐 아니라 여대 특성상 외부인 출입에 따른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2학년 류모(19)씨는 "기관이 입주하면 학생이 아닌 외부인이 많이 출입하게 되니 출입관리가 어려워진다"며 "음란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이 학교에 들어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지난 2017년 한 남성이 동덕여대 캠퍼스에 들어가 알몸으로 음란행위를 하고 사진을 찍어 온라인상에 올렸다가 검거됐습니다. 숙명여대에서도 작년 6월 가발과 치마 등으로 여장한 남성이 캠퍼스에 들어와 화장실 등을 드나들다 발각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일부 학과 학생들은 강의실을 지하로 옮기면 기존의 연습실 규모를 유지하기 어려워 피해가 발생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작성해 학교 측에 전달했습니다.

운정도서관까지 이전되면 도서관을 이용하려고 성북구 돈암동 수정캠퍼스까지 지하철이나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MOU에 반대하는 학생들은 포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운캠을_지키자' 등의 키워드 '총공'(실시간 검색어 총공격의 줄임말)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총공을 주도해 '실검총대'라고 불리는 A(19)씨는 "MOU 관련 설문조사에서 수많은 학생이 반대 의견을 냈지만 학교가 어떤 의견도 들으려 하지 않는 모습에 분노했다"며 "학교와 학생 간 직접적 소통이 이루어질 때까지 총공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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