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집에 머물러 달라는 시장의 당부도 리버풀의 '우승 한풀이'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습니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리버풀이 30년 만에 잉글랜드 프로축구 1부리그 정상에 오른 오늘(26일) 홈구장 안필드에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팬 수천 명이 몰려들었습니다.
런던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열린 2019-2020 프리미어리그(EPL) 31라운드에서 2위 팀 맨체스터 시티(맨시티)가 첼시에 1-2로 져 리버풀의 우승이 확정된 지 30분도 지나지 않아 약 2천 명이 운집했습니다.
리버풀이 1989-1990시즌 이후 준우승만 5차례 기록한 끝에 되찾은 트로피인 데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에는 처음으로 정상에 오른 만큼 '챔피언의 팬'이 된 흥분을 좀처럼 가라앉힐 수 없는 날이었습니다.
더구나 코로나19 여파로 우승 확정이 많이 미뤄진 탓에 리버풀 팬들로선 '인고의 시간'이 마침내 끝난 기쁨도 컸습니다.
리버풀은 이번 시즌 9경기를 남겨뒀던 3월에 2위 맨시티에 승점이 25점이나 앞서 2경기만 더 이기면 우승을 굳힐 수 있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시즌이 멈춰서면서 위기를 맞았습니다.
한동안은 재개 자체가 불투명해 이대로 시즌이 끝나면 리버풀의 우승을 인정해야 할지에 대한 갑론을박도 이어져 고지를 코앞에 두고 '희망 고문'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다행히 이달 중순 시즌이 재개되며 리버풀은 논란의 여지 없는 우승팀으로 우뚝 섰고, 팬들도 행복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경기장 앞을 뒤덮은 군중은 리버풀 구단 깃발을 흔들고 폭죽과 홍염을 터트리며 안필드를 붉게 물들였습니다.
EPL 우승 트로피 모형을 들고 오거나 경기장 앞에 설치된 리버풀의 전설적 감독인 빌 생클리 동상에 올라가 깃발을 흔드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며 선수들의 이름을 외치고, 어린이들도 부모와 함께 나와 우승을 축하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강조된 '사회적 거리두기'도 잠시 내려놓았습니다.
곳곳에서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누는 모습이 보였고, 마스크를 쓰지 않고 환호하는 이들도 다수였습니다.
도심에서도 팬들은 무리를 지어 리버풀 응원가인 '유 윌 네버 워크 얼론(You will never walk alone)'을 열창했습니다.
리버풀 시 의회는 팬들에게 "멋진 파티를 즐기되, 사회적 거리는 지켜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경찰이 안필드 주변 도로를 폐쇄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특별한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팬들의 축제는 벌어졌으나 선수들과 한자리에 모여 기쁨을 나누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BBC는 코로나19 사태가 진행 중인만큼 관중 참여 행사나 오픈카 퍼레이드 등도 당분간 열리지 않으리라 전망했습니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이날 영국 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나중에 팬들과 퍼레이드를 하며 사진을 찍겠다. 가능한 때가 오면 함께 기쁨을 나눌 수 있을 것"이라며 "참기 어려운 것은 알지만 모이지 말고 집에서 축하해 달라"고 강조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