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잘 나갔던 옵티머스…NH證 출신 주주사대표 역할했나
입력 2020-06-25 22:59 
관공서 발주 매출채권 투자라고 속이고 부실 사채에 투자한 옵티머스자산운용이 NH투자증권을 통해 4400억원의 펀드를 팔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엔 LG증권(NH투자증권 전신) 지점장을 지냈던 A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현재 대표이사로 있는 B사가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주주였던 만큼 옵티머스 펀드를 NH투자증권이 파는 데 A씨가 연결 고리 역할을 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옵티머스자산운용 수탁액에서 NH투자증권 판매 비중은 85%에 달한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A씨는 2000년대 초 LG증권 목동지점, 일산지점 등에서 일하다 2005년께 회사를 떠났다. 그는 퇴사 후에도 NH투자증권 임직원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옵티머스 펀드가 NH투자증권에서 판매되는 데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A씨가 탄탄한 재력에 NH투자증권 경력까지 있다 보니 NH투자증권 임원들과 연결 고리가 강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동안 사모펀드 관련 사고가 없었던 NH투자증권에서 유독 옵티머스 펀드가 많이 팔린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는 NH투자증권이 4407억원을 팔았고, 한국투자증권이 677억원, 케이프투자증권이 207억원, 대신증권이 45억원(올해 3월 말 기준)을 판매했다. 모두 동일한 투자 전략을 활용하는 펀드다. 판매사가 유독 한 증권사에만 쏠린 이유에 대해 그동안 정·관계 연루설 등 다양한 추측이 나왔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이헌재 전 부총리 등 유력인사가 자문단에 포함돼 회사 성장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과거 전 대표의 횡령과 자본잠식까지 있었던 옵티머스자산운용이 2018년 말부터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환매 연기 사태가 일어나기 며칠 전까지도 펀드 설정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A씨는 자신이 옵티머스 펀드와의 연결 고리란 얘기를 강하게 부인했다. B사는 과거 옵티머스자산운용 이혁진 전 대표 때 10억원을 투자했다가 이 전 대표의 횡령으로 2500만원으로 감자되는 바람에 손실을 봐서 주주라기보다는 오히려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A씨는 "나는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를 본 적도 없고 운용사에 관심도 없다"며 "NH투자증권에 근무한 경력이 있다는 이유로 옵티머스 펀드 판매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 건 억울하다"고 전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옵티머스 펀드는 저금리 안정적 구조로 자산가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 우리가 판매수수료를 낮추면서까지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려고 했던 펀드"라면서 "우리가 처음 팔기 시작한 펀드도 아니며 펀드 판매와 관련해 고객 요구 말고 다른 고려 사항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검사 오현철)는 "금융감독원이 수사 의뢰를 요청한 사건과 관련해 24~25일 옵티머스자산운용 등 14곳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검사와 수사관 등 10여 명을 보내 전날 오후 8시부터 이날 새벽 3시까지 약 7시간 동안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서류 일체 등을 압수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H법무법인과 펀드 자금이 흘러 들어간 회사도 포함됐다. H법무법인은 옵티머스자산운용 이사로 등재된 변호사가 근무하는 곳이다. 옵티머스운용은 딜 소싱(투자처 발굴) 과정을 맡았던 H법무법인이 채권을 위조했다고 판매사와의 대책회의에서 진술한 바 있다.
검찰은 옵티머스자산운용 판매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수탁은행인 하나은행 등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사무관리회사였던 예탁결제원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김제림 기자 / 성승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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