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레이더P] 국민 과반수 "평화 공존 가능하면 굳이 통일은 필요없다"
입력 2020-06-25 20:49 

'평화적 공존이 가능하다면 굳이 통일은 필요 없다'는 인식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또 젊은 세대일수록 완전한 통일보다는 국민이 서로 왕래할 수 있는 '연합제'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에 대한 무관심도 갈수록 확연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5일 통일연구원은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통일의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 국민들이 느끼는 통일에 대한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 수는 60.2%로 2018년(70.7%)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남북한이 전쟁없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면 통일은 필요 없다'는 응답은 절반 이상인 54.9%를 기록했다. 처음 문항이 생긴 2016년(43.1%) 이후 꾸준히 평화공존선호는 늘어나고 있다. 젊은 세대일수록 평화공존을 통일보다 선호했고, 노령층에서 상대적으로 통일선호 성향이 발견됐다. 이상신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 "현재의 삶의 방식이 유지될 수 있다면 구태여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며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통일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남북한이 하나의 국가가 아니더라도, 국민이 서로 왕래할 수 있고 정치 경제적으로 협력한다면 그것도 통일이라고 할 수 있다(단일제vs연합제)'는 문항에 동의한 비율은 40.2%로 나타났다. 역시 젊은 세대일수록 연합제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다.

통일이 개인 또는 국가에 얼마나 이익이 되는지를 물은 항목에선 '국가 이익(64.8%)'이 '개인 이익(31.0%)'을 크게 앞섰다. 전반적으로 통일이 국가에는 이익이 될 지라도 개인에는 별 다른 이익을 가져다 주지 못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무관심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에 '관심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61.1%로 2015년(50.8%) 이후 꾸준히 증가추세다. 이 실장은 "4.27 판문점 선언 및 9.19 군사합의 등 중요한 합의 이후에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 국민들의 무관심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정권이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상대인지에 대해서는 15.6%가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이 수치는 지난 2019년 4월 조사(33.5%)로 정점을 찍은 뒤 크게 하락했다. 김정은에 대한 인식과는 상관 없이 '김정은 정권과 대화와 타협을 추구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과반에 가까운 45.7%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이 실장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재신임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군사력 비교 항목에서는 북한의 군사력이 남한보다 강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이 39.9%로 남한의 군사력이 더 강하다는 의견(32.1%)을 앞섰다. 이는 실제 양국의 군사력을 감안하면 다소 의아한 결과다. 지난 1월 미국의 군사력 평가기관인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국방예산은 440억 달러인데 반해 북한은 16억 달러에 그쳤다. 보고서는 "이는 국민들의 북한 핵무기에 대한 공포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89.5%를 기록했다. 이는 남북관계가 최악이었던 2016(71.3%)년과 2018년(72.8%)보다도 높은 수치다. 다만 북핵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나 북핵에 대한 걱정은 오히려 적어진 것으로 조사돼 수십년간 이어진 북핵위협을 하나의 환경적 상수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다.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41.7%를 기록했다.
'한미동맹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90.2%로 압도적이었다. '현재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85.0%로 높게 나타났다. 단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41.6%로 전년(54.1%)대비 다소 하락했다. 이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력 등의 영향으로 보고서는 추정하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의견은 '현수준 유지 혹은 감액해야 한다'는 의견은 거의 대부분인 96.3%로 나타났다. 현재 한국 정부안인 '13% 인상 혹은 그 미만'에 대한 선호가 78.3%로 다수를 차지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50% 증액에 대한 선호를 보인 응답자는 1명(0.1%)에 불과했다.
일본의 위협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은 크게 바뀌었다. 일본이 군사적 위협이 된다는 비율이 2019년 60.7%에서 올해 37.8%로 크게 감소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일본 정부의 무능함과 일본 국민의 무기력함, 그리고 일본 정부의 일방적 수출규제 조치가 실효를 거두지 못했음을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단 '한미관계가 악화되더라도, 수출규제 및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본에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63.0%로 나타났다.
'강제 징용과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국은 더 이상 일본에 피해배상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답한 비율은 16.6%였다. 진보 성향일수록 피해배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보는 경향이 있었으나 큰 차이는 없었다.
통일연구원은 국민들의 통일, 북한, 통일·대북정책 등에 대한인식을 연구하기 위해 매년 통일의식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 조사는 5월 20일부터 6월 10일 사이에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집오차는 95% 수준에서 ±3.1% 이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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