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주열 한은 총재 "코로나19 진정 후에도 상당기간 저인플레 예상"
입력 2020-06-25 15:01  | 수정 2020-06-25 15:14
25일 서울 중구 삼성본관 한국은행 임시 본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이주열 총재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물가는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에도 상당 기간 저인플레이션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감염병 위기 등의 여파로 한은이 지향하는 목표인 경기와 물가, 금융안정이 균형을 이루는 상황이 상당 기간 어려울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이날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 모두발언에서 "감염병의 확산으로 생산차질을 경험한 기업들은 무인화나 자동화를 더욱 서두를 수 있다. 이로 인해 생산성이 개선되고 인건비가 절감되면서 물가 하방압력은 더욱 강화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은은 물가상황에 대한 평가, 물가전망 및 리스크 요인, 물가안정목표 달성을 위한 향후 정책방향 등을 포함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연2회 발간하고, 총재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국민에게 설명한다.
이날 설명회도 이런 취지로 열렸다. 올해 1월중 1%대 중반을 기록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 이후 빠르게 둔화돼 4월중 0.1%로 낮아진데 이어 5월에는 -0.3%를 기록하면서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인 2%를 크게 밑돌고 있다.

설명회에서 이 총재는 "역사적 경험에 비춰볼 때 가계와 기업은 대규모 감염병이나 경제위기를 겪은 후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빚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위기상황에서 대규모 해고, 매출 급감을 경험할 경우 극단적 위험회피성향을 갖는 이른바 '슈퍼세이버(super-savers)'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경우 해당 경제주체의 재무 건전성은 개선될 수 있으나 경제 전체적으로는 성장의 한 축이라 할 수 있는 소비와 투자의 회복이 더욱 더디어지고 이는 다시 물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은 단순히 경기침체를 초래하는데 그치지 않고 경제주체의 행태와 경제 구조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측된다"며 향후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더라도 물가 흐름에 구조적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한 사례를 들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구매나 배달서비스에 친숙하지 않던 분들도 원격서비스의 편리함을 경험하게 되면서 비대면 온라인 거래의 확산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며 "비대면 온라인 거래의 확산은 거래비용을 절감하고 업체간 경쟁을 유도해 물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총재는 이처럼 하방압력이 크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물가를 높일 수 있는 요인들도 상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부연하면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막대한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며 "크게 확대된 유동성이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 억압됐던 소비의 회복과 결합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이에 더해 리쇼어링, 역내교역 강화, 인적교류 제한 등에 따른 기존의 글로벌 공급망 약화도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가안정목표제에 대한 평가를 통해 지금과 같은 초저물가, 저금리 기조 속에서 물가안정목표제가 과연 현실에 적합한 것인지에 대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도 내비쳤다. 이 총재는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경기침체와 물가상승률 급락에 대응해 통화정책을 더욱 확장적으로 운용하면서 주요국 기준금리는 실효 하한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면서 "이와 같은 초저물가, 저금리 상황에서 물가를 목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어떠한 정책수단을 사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인플레이션 억제에 초점을 맞춘 현 물가안정목표제를 저물가 상황에서도 계속 유지해 나가는 것이 적합한지에 대한 글로벌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하지만 현재까지 물가안정목표제를 대체할 정책체계에 관해 이론적 논의만 무성한 가운데 구체적 해법에 대해서는 아직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런 상황을 감안해 향후 한은은 현행 물가안정목표제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개발해 활용하는 한편, 물가안정목표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통화정책 체계도 국제 논의를 참조해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종헌 기자 cap@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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