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친한파` 엥겔 美하원 외교위원장 경선 낙마 충격
입력 2020-06-25 11:32 
엘리엇 엥겔 미 하원 외교위원장

미국 의회에서 대표적인 '친한파'로 꼽히는 엘리엇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민주당·뉴욕주)이 오는 11월 선거에 나오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엥겔 의원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실시된 뉴욕 제16선거구 프라이머리(당내 경선)에서 현장투표 결과 자말 보우먼 후보에게 큰 표 차이로 밀렸다.
아직 우편투표 개표가 진행되고 있지만 사실상 패색이 짙다. 24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보우먼 후보가 61.8%를 득표한 반면 엥겔 의원은 34.9%에 그쳤다. 두 사람의 표차가 1만2000표에 달하기 때문에 우편투표가 큰 변수가 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엥겔 의원을 '지원사격'하기 위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경선 직전 공개적으로 지지선언까지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자말 보우먼 미 민주당 하원의원 후보
16선의 정치거물을 꺾을 것이 유력한 자말 보우먼 후보는 중학교 교장을 지낸 44세의 정치 신인이다. 자말 후보는 이날 자신의 승리를 공개 선언했다. 그는 "나는 조직적 인종주의와 불평등, 경찰 개혁 등을 내세웠고 유권자 선택을 받았다"면서 "31년간 정치를 한 현역 의원을 꺾을 수 있겠냐는 의심이 있었지만 유권자들은 변화에 준비된 것을 넘어 변화를 요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편모 슬하에서 자란 흑인"이라며 "11살때 경찰에게 맞았던 소년이 하원의원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번 경선에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의 지지를 얻은 바 있다.
엥겔 의원 측은 "아직 결과가 확정된 게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현지 언론들은 엥겔 의원의 패배가 굳어졌다고 보도했다. 엥겔 의원은 1988년 하원의원에 처음 당선돼 2년 임기의 의원직을 무려 16번 지낸 인물이다. 외교위원회의 터줏대감으로 특히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노력해온 것으로 평가되며 뉴욕 한인사회의 신망도 두터운 편이었다.
그는 지난해 한일 갈등이 불거지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외교위원장 명의의 서한을 보내 중재를 요청했다. 또 주한미군 축소설이 나올 때마다 언론을 통해 "어리석은 짓"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한 바 있다. 과거 대표적인 친한파 정치인으로 불렸던 찰스 랭글, 마이크 혼다, 에드 로이스 의원 등이 이미 정계를 떠난 데 이어 엥겔 의원마저 사실상 낙마하면서 미 의회에서 한국 입장을 지지할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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