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재용 수사심의위' 이틀 앞으로…구두변론이 승패 가를 듯
입력 2020-06-24 15:29  | 수정 2020-07-01 16:05

'삼성 합병·승계 의혹'과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가 타당한지 따지는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내로라하는 전·현직 특수통 검사들 간의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검찰과 삼성 측 '구두변론'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여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됩니다.

검찰과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의 신병 처리와 기소 여부를 놓고 지난 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과 지난 11일 수사심의위 소집을 위한 서울중앙지검 부의심의위원회에서 두 차례 맞붙었습니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과 수사심의위 소집 결정으로 삼성 측이 일단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습니다. 그러나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에서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늘(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과 삼성 측은 모레(26일)로 예정된 수사심의위 현안위원회에서 '구두변론'이 중요하다고 보고 위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을 압축해 전달하기 위한 전략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양측 의견서만 검토해 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한 앞선 부의심의위와 달리 현안위에서는 의견진술 절차가 추가됩니다. 검찰과 삼성 측은 제한된 시간 내에 프레젠테이션(PT) 방식 등으로 위원들 설득에 나설 계획입니다.

검찰은 주임검사인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의 이복현(사법연수원 32기) 부장검사와 이 부회장 대면조사를 담당한 최재훈(35기) 부부장 검사, 의정부지검의 김영철(33기) 부장검사 등 3~4명이 참석합니다.

이 부회장 측은 김기동(21기) 전 부산지검장과 이동열(22기) 전 서울서부지검장 등 '특수통' 검사 출신 변호인들이 참석하며, 김앤장에서도 지원합니다. 이들은 검찰 수사단계에서 이 부회장을 위한 방어 전략을 짰지만 전면에 나서는 건 처음입니다.


김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 1·3부장, 원전비리 수사단장,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장,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 등을 거쳤습니다. 이 변호사는 대검 중앙수사부 첨단범죄수사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3차장 등을 지냈습니다.

이 부회장과 함께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던 김종중 옛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과 삼성물산 측에서도 변호인들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부회장 등 당사자들은 현안위에 참석하지 않습니다.


수사심의위 현안위는 모레(26일) 오전 10시 30분에 시작해 오후 5시 50분까지 7시간 20분간 진행될 예정입니다. 다만, 의견 진술과 질의응답 등 과정이 길어질 경우 종료 시각은 다소 늦어질 수 있습니다.

대검은 이미 지난 18일 법조계와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등 각계 전문가 150~250명 중 추첨을 통해 분야별로 3~4명씩 15명의 현안위원을 선정했습니다.

현안위가 열리면 우선 위원장인 양창수(사법연수원 6기) 전 대법관의 회피 안건을 논의하고, 위원장 직무대행을 정하게 됩니다. 직무대행은 심의기일에 나온 위원 15명 중 호선으로 정하며, 실제 논의에는 위원 14명이 참여합니다.

양 위원장은 이번 사건 관련 피의자 중 한 명인 최지성 미래전략실장과의 친분을 이유로 위원장 직무를 회피하겠다고 지난 16일 밝힌 바 있습니다.

위원들은 양측이 현장에서 배부하는 각각 A4 50쪽의 의견서를 검토하게 됩니다. 대검은 양측 의견서 분량과 의견진술 시간 등을 똑같이 배정하고, 삼성 측 신청인 3명을 각각 나누지 않고 큰 틀에서 한 번에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오전에 의견서 검토와 검찰 의견 진술을 먼저 한 다음 점심 식사 후 삼성 측 의견 진술을 진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양측을 상대로 한 위원들의 질의와 현안위 내부 토론 절차를 거쳐 오후 늦게 최종 결정이 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안위는 만장일치 결론을 목표로 하지만,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합니다. 다만, 14명 중 찬성 7명, 반대 7명으로 찬반 동수가 될 경우 기소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습니다.


검찰은 현안위에서 1년 7개월에 걸친 수사로 확보한 물증과 관련자 진술을 근거로 삼성그룹 차원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확보를 위해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대로 삼성 측은 검찰이 주장하는 시세조종과 회계사기 등 혐의와 관련해 이 부회장이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에서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추어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힌 부분이 부각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검찰은 법원이 '기본적 사실관계가 소명됐다'고 말한 건 불구속 재판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이 부회장의 혐의를 사실상 인정했다고 보지만, 삼성 측은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관련 객관적인 사실관계만 인정했을 뿐이라고 해석합니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최근 대법원 확정판결도 현안위에서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대검은 이 부회장의 승계작업과 관련된 뇌물수수 등 불법행위를 법원도 인정했다는 입장입니다.

법조계에서는 삼성 사건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부터 관심을 기울인 사건인 만큼 수사심의위가 불기소를 결정하더라도 검찰이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수사심의위 결정은 권고적 효력이라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수사의 정당성을 외부 전문가를 통해 평가받기 위해 검찰 스스로 도입한 제도의 취지가 있는 만큼 권고에 반하는 처분을 내리는 데는 부담이 따릅니다. 검찰은 2018년 초 제도 시행 이후 열린 8차례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모두 따랐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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