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코로나에 안그래도 살기 힘든데…서민 노린 보이스피싱 또 기승
입력 2020-06-24 08:28 

화물차 운전을 하는 40대 남성 A씨는 지난달 말 한 줄기 희망 같은 문자를 받았다.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어려워진 형편에 서 이자 부담이 컸는데 저금리 대출상품으로 바꿔준다니 솔깃했다. 특히 '정부지원 대환 대출'이라는 문구는 과중한 대출이자 때문에 힘들어하던 그에게 헤어나기 힘든 유혹이 됐다.
이미 A씨는 3금융권에서 연리 10% 후반의 생활자금 2000만원을 빌린 상태. 그는 망설일 겨를도 없이 문자에 찍힌 전화번호를 눌렀고, 스스로를 금융기관 직원이라고 밝힌 상담원과 통화했다.
대출 절차는 생각보다 까다롭지 않았고, A씨는 상담원 안내에 따라 대출신청서를 작성하기 위한 애플리케이션(앱)을 휴대전화에 다운받았다.
확인을 위해 상담원이 안내해 통화를 한 금융사 직원은 A씨에게 "연리 7% 대출상품으로 갈아타려면 기존 대출금 일부를 먼저 상환해야 한다"며 상담원 계좌로 돈을 보낼 것을 요청했다.

A씨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부탁해 어렵사리 1000만원을 만들어 송금했고, 송금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해당 금융기관에 전화했지만, 바로 전 통화했던 전화는 이미 먹통이 돼 있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서민의 팍팍한 삶을 노린 보이스피싱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위 사례에서 A씨가 확인을 위해 통화한 금융기관직원은 결국 보이스피싱 조직원이었고, 휴대전화에 내려받은 앱은 '전화 가로채기'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악성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이 설치되면 금융회사나 경찰 등에 전화해도 보이스피싱 일당이 받기 때문에 피해자는 꼼짝없이 속게 된다
이달 초 청주에서는 금융기관을 사칭해 20여명으로부터 총 12억원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국내 총책 등 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금융기관이나 수사기관에서는 절대 현금 송금을 요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요구를 받으면 일단 보이스피싱을 의심해야 한다. 또 출처가 불분명한 앱은 절대 설치해서는 안 되며, 은행 같은 금융기관이 이유 없이 저금리로 대환 대출해주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흥덕경찰서 관계자는 "피해자 대부분은 생계자금 등을 대출은 받은 서민"이라며 "안 그래도 사정이 어려운 사람을 궁지로 몰아세우는 악성 범죄"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news@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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