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리틀 버핏` 애크먼, 초대형 SPAC 뉴욕증시 IPO계획 공개…"성숙한 유니콘 상장 시킬 것"
입력 2020-06-23 16:51  | 수정 2020-06-30 17:07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사태 속에 '미국 경제 회복'에 과감히 베팅해 30%가까운 수익률을 내고 있는 '리틀 버핏'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이 대규모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세워 유망한 유니콘 기업(시장평가액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우회 상장에 나선다. 애크먼 회장의 SPAC 기업공모(IPO) 목표액은 30억 달러(약 3조 6255억원)로 월가에서는 미국 IPO시장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소식은 뉴욕 증시가 상승세를 달리는 가운데 워너뮤직과 브이룸, 니콜라 등이 증시에 상장해 주가를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눈길을 한 데 끌어모으는 모양새다.
22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애크먼 회장은 '퍼싱스퀘어탄틴홀딩스' IPO계획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이날 제출했다고 밝혔다. 퍼싱스퀘어탄틴홀딩스는 애크먼 회장이 이끄는 퍼싱스퀘어캐피털 이름을 딴 SPAC이다. 퍼싱스퀘어탄틴홀딩스는 1만5000주를 발행하기로 했고, 1주당 목표 가격을 20달러로 정했다. 이에 따르면 IPO를 통해 뉴욕 증시에서 총 30억 달러를 모으게 된다. 이와 별도로 퍼싱스퀘어가 1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퍼싱스퀘어탄틴홀딩스 규모는 총 4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계획대로라면 이번 IPO는 뉴욕 증시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11일 로이터통신은 "애크먼 회장이 이끄는 헤지펀드 퍼싱스퀘어가 최근 SEC에 최소 10억 달러(약 1조 2030억원) 이상 자금을 공개 모집하기 위해 IPO절차를 신청했고 조만간 계획을 제출할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해당 공모액은 직전 최다 IPO금액을 자랑한 마이클 클라인 시티은행 전 CEO의 SPAC(올해 2월 IPO·11억 달러)을 넘어설 것"이라고 한 바 있다.
한편 퍼싱스퀘어탄틴홀딩스 측은 SEC에 제출한 IPO보고서에서 인수·합병 대상에 대해 "우리는 성숙한 유니콘(Mature Unicorns)기업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최근 10년 새 등장한 기업들 중에서도 사업 규모와 시장 점유율, 현금 흐름 측면에서 어느 정도 뿌리 내린 기업을 성숙한 유니콘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경쟁력있는 IPO 후보기업 뿐 아니라 사모펀드 포트폴리오 회사, 가족이 운영하는 기업도 인수·합병 대상으로 둘 것"이라고 언급했다.

퍼싱스퀘어 측이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인수·합병 대상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애크먼 회장이 행동주의 투자자라는 점, 또 최근 IPO에 상장한 기업들이 주가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많다. 행동주의 투자란 기업 실적을 분석·예상해 투자하는 것을 넘어 특정 기업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여 주주 의결권을 확보한 후 해당 기업 경영에 관여해 투자 수익을 더 내는 적극적인 투자 방식을 말한다. 애크먼 회장은 지난 2012년 당시 '저스티스 홀딩스'라는 SPAC을 통해 버거킹을 14억 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저스티스 홀딩스는 현재는 '레스토랑 브랜즈'로 바뀌었고, 레스토랑 브랜즈는 버거킹과 파파이스, 캐나다 커피 체인 팀호튼 등을 거느린 뉴욕 증시 상장사로 애크먼 회장의 주요 수익원으로 꼽힌다.
퍼싱스퀘어탄틴홀딩스 주식 거래 가능일은 IPO계획서가 SEC에 제출된 시점으로부터 52일 후이며 시장에서는 구체적인 날짜를 8월 10일로 보고 있다. 다만 퍼싱스퀘어탄틴홀딩스는 IPO계획서에서 '가능한 빨리 거래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22일 애크먼 회장은 블룸버그 행사에서 "미국 경제는 올해 하반기 반등할 것"이라면서 "오는 2021년까지는 코로나19 이전 상황을 완전히 회복하기 힘들지만 남은 하반기 안으로 반등이 올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올해 SPAC을 통해 뉴욕 증시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4일 나스닥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수소 트럭 제조 업체 '니콜라'다. 또 지난 4월 나스닥에 상장한 온라인 스포츠 게임 업체 '드래프트킹스', 지난 해 10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민간 우주 탐사·관광 업체 '버진 갤럭틱'이 현재로선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들 기업은 이달 나스닥에 상장한 워너 뮤직이나 브이룸처럼 직접 IPO를 거치지 않고 이미 IPO한 SPAC에 합병되는 식으로 증시에 우회 상장했다.
SPAC은 특정 기업을 인수·합병한 후 합병된 기업을 증시에 상장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세워진 회사를 말한다. SPAC은 실질적인 기업이 아니고 서류 상에 형식적으로만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른 바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로도 불린다. 스팩은 일반적으로 2~3년 내 관련 작업을 마무리하면 자동 소멸된다. 퍼싱스퀘어탄틴홀딩스도 2년을 기한으로 두고 있다. 주로 벤처 캐피털이나 사모펀드 회사들이 SPAC을 세운다.
최근 몇 년새 뉴욕 증시에서는 직접 IPO가 아닌 SPAC을 통한 간접 상장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11일 SPAC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 이후 현재를 기준으로 이미 IPO가 이뤄진 SPAC 공모 자금은 총 98억 달러다. 2019년 한 해 전체(136억 달러)의 75%에 달한다. 올해 들어 클라인 시티은행 전 CEO가 세운 '처칠3'외에 차마스 팔리하피티야 소셜캐피털 CEO와 배리 스턴리치 스타우드캐피털 CEO가 개별적으로 SPAC을 설립해 각각 수억 달러를 끌어모아 월가 눈길을 끌었다.
애크먼 회장은 "시장이 공포에 빠졌을 때 욕심을 내라"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셔웨이 회장의 조언에 따라 투자하는 등 한때 '리틀 버핏'으로도 불렸다. 그는 2주 새 뉴욕 증시에 서킷 브레이커가 네 번 발동될 정도로 '코로나19 패닉'이 한창이던 지난 3월 말, 코로나19 사태 이전 기업 부도에 베팅한 파생 상품에 투자해 벌어 들인 26억 달러로 주식 대량 매수에 나선 후 두 자릿 수 수익률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당시 3월 23일 애크먼 회장은 블룸버그TV인터뷰에서 "우리 퍼싱스퀘어는 전부 롱 포지션(We are all long)"이라면서 "지금 주가가 폭락했지만 우리는 미국 경제가 크게 회복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 나라에 베팅한다"고 선언했다. 롱 포지션은 통상 선물·옵션 시장에서 '매수 입장에 선다'는 뜻을 가진 시장 용어다.
현재 퍼싱스퀘어케피털은 총 114억 달러 규모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투자 평가수익률이 29.3 %로 30%에 달한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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