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2가지 약효 성분만 사용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증 치료제가 나왔다. 기존에는 3가지 성분을 섞은 이른바 '3제 요법'이 주로 쓰였지만 성분을 하나 줄이고도 비슷한 효과를 내는 약물이 개발된 것이다. 이로써 환자는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다국적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23일 오후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출시한 HIV 치료제 '도바토'를 국내 시장에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얻은 도바토는 신규 HIV 감염인이나 기존 치료제를 쓰고 있는 환자를 위한 첫 2제 요법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는 '돌루테그라비르' '테노포비르' '엠트리시타빈' 등 3가지 약물 성분을 섞은 HIV 치료제가 주로 쓰였다. 하지만 도바토는 돌루테그라비르 외에 '라미부딘'이라는 성분 등 2가지만 섞은 단일정으로 출시됐다. GSK와 화이자가 HIV 치료제 연구를 위해 지난 2009년 설립한 세계 유일 HIV 전문업체 비브헬스케어는 GSK와 공동으로 이번 도바토 치료제를 개발했다.
23일 기자간담회에서 홀로그램 영상 송출 방식을 통해 영국 런던에서 실시간으로 발표한 잔 반 바이크 비브헬스케어 메디컬디렉터는 "HIV 감염인 연령대가 20~30대로 젊어지고 있어 여러 약물 성분을 쓰는 장기적인 다중약물요법 영향을 최소화하는 게 최근 HIV 치료제 개발의 주요 경향"이라며 "도바토는 항바이러스제의 장기 복용에 부담을 느끼는 환자들을 위해 개발된 의약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GSK와 비브헬스케어가 임상시험을 통해 항바이러스제 개수나 용량을 줄이는 등 다양한 전략을 검토했다"며 "그 결과 돌루테그라비르와 라미부딘이 서로 다른 작용기전으로 상호 보완적인 치료 효과를 낸다는 걸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도바토는 신규 성인 HIV 감염인 14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글로벌 3상 임상시험에서 기존 3제 요법 투여군과 비교해 동일한 항바이러스 효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모든 치료군에서 바이러스학적 실패를 보인 환자 가운데 치료로 인한 내성이 나타난 경우는 한건도 없었다. GSK 측은 "다수 임상 결과를 토대로 최근 미국 보건부와 유럽 에이즈임상학회 등의 주요 HIV 치료 가이드라인 역시 2제 요법인 도바토를 1차 치료제로 쓸 것을 권고하는 방향으로 개정됐다"고 설명했다.
도바토는 국내 출시 석달만인 이달 초부터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고 있다. 보험약가는 1정당 1만8528원으로 하루 1정씩 한달을 복용할 경우 환자부담액은 대략 55만원 정도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 HIV 누적감염자는 총 1만2112명이며 그 가운데 지난해 신규 감염자는 99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감염인 연령대는 20대가 32.8%로 가장 많고 30대 27.2%, 40대 17.5% 순으로 조사됐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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