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간 기증 후 질환으로 사망, 교통사고 사망률보다 낮다
입력 2020-06-23 12:00 
왼쪽은 간 기증자의 시간에 따른 누적 사망률. 간 이식 후 누적 사망률은 1, 3, 5, 10, 15년 각각 약 0.1%, 0.2%, 0.4%, 0.9%, 1.2%로 나타나 안전성을 입증했다.오른쪽은 간 이식 이후 사망한 간 기증자의 수를 나타낸 그래프. 총 53명 중 가장 많은 환자는 자살(19명)로 사망했다.

간 기증 후 질환으로 인해 사망할 확률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을 확률보다 낮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생체간이식은 1년에 인구 100만명당 20명 정도로 이뤄진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지만, 간 기증자들의 수술 후 장기생존율에 대한 연구는 그 동안 세계적으로도 제대로 보고된 바가 없었다.
서울대병원 간 이식팀(서경석, 이광웅, 이남준, 최영록, 홍석균, 이정무 교수)은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신애선 교수, 최선호 전문의)과 질병관리본부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 데이터를 활용해 2000년부터 2015년까지 간 기증을 한 1만116명을 추적·관찰한 연구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간 기증자의 사망원인을 유형별로 분류했다. 또한 간 기증자와 일반 표준인구의 생존율을 비교해 간 이식 수술의 안전성을 확인했다. 전체 간 기증자 1만116명 중 사망자는 총 53명(0.52%)이었으며, 사망원인으로는 자살(19명), 암(9명), 교통사고(7명), 간 질환(5명), 뇌혈관 질환(3명), 심장 질환(1명), 기타(9명) 순으로 나타났다. 간 기증 후 간 질환으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을 확률보다 적었다. 또한 전체 간 기증자의 수술 후 10년 누적사망률은 0.9%로 간 기증의 안전성을 입증했다. 다만 19명의 기증자가 자살로 사망한 점은 수술 후에도 간 기증자에 대한 꾸준한 관찰·관리가 필요하고 심리적인 지원을 제공해야함을 시사한다.
서울대병원 간이식팀. 왼쪽 위부터 우측으로 서경석 이광웅 이남준 최영록 홍석균 이정무 교수.
추가로 연구팀은 '간 기증자'그룹과 '표준인구'그룹의 장기생존율을 비교했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 표준인구 그룹은 간 기증자 그룹과 성별·나이 비율을 맞춰 건강보험공단 데이터에서 무작위로 추출했다. 그 결과 간 기증자 그룹의 수술 후 10년 누적 사망률은 0.5%로 표준인구 그룹의 0.9%보다 오히려 낮았다. 생체간이식 수술 후에도 간 기증자가 안전함을 입증한 것이다.
서울대병원 간담췌외과 이남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생체간이식이 1만1000건 넘게 진행됐지만 아직까지 간 기증자의 장기 성적에 대한 대규모 연구는 없었다"며 "수술 후에도 간 기증자를 장기적으로 관찰해야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정신건강 관리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외과 분야에서 권위있는 학술지 '외과학연보(Annals of Surgery)'최근호에 게재됐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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