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단독] 볼턴 "한일갈등, 文대통령이 자신의 목적으로 이슈화" 망언
입력 2020-06-22 06:04  | 수정 2020-06-29 06:07

"일본 문제를 이슈화하는 것은 일본이 아니라 자신의 목적에 따른 문재인 대통령 본인이다."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문 대통령을 '조현병 환자 같은'(Schizophrenic)이라고 비유한 데 이어 문 대통령이 한·일 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망언을 쏟아내 파문이 일고 있다. 한·일 갈등의 역사적 구조와 일본의 끊임없는 도발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회고록에서 되레 한국 지도자들이 내부 문제를 불식시키기 위해 일본과 갈등을 일으킨다는 식의 주장을 한 것이다.
볼턴은 그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서 2019년 2월 북미 간 하노이 회담 후 그해 4월 문재인 대통령이 방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하면서 오갔던 대화를 소개했다. 북한과의 협상은 무용지물이라는 극단적 매파 관료인 그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 간 대화에서 ▲하노이 회담 ▲한일 갈등 등 두 이슈에서 문 대통령을 겨냥해 연속적으로 모욕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먼저 볼턴은 문 대통령이 북미 회담 문제에서 협상의 실질적 내용보다는 '형태'에 집착하는 리더로 규정했다.
그는 하노이 회담을 잇는 제3차 북미 회담이 이뤄져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드라마틱한 타이밍과 장소, 회담형태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고 공개했다. 예컨대 회담 장소가 판문점이나 미 해군 함정과 같은 장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볼턴은 "문 대통령이 여전히 협상의 실질보다 형태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고 일방 규정했다. 비핵화 해법을 찾기 위해 가장 치열하게 뛰는 당사국 정상을 향해 협상의 내용보다 격식에 집착한다는 식으로 평가절하한 것이다.
북핵 문제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한·일 역사 갈등 문제를 논의하는 대목에서는 망언에 가까운 단정적 표현으로 일본을 두둔했다.
볼턴은 문 대통령이 위안부 문제 등이 결부된 1965년 한일협정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발언한 데 대해 "내 관점은 이렇다. 다른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문 대통령은 한국 내부의 문제가 어려워질 때 일본을 이슈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심지어 아무런 근거도 없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과거 역사가 미래 관계를 방해해서는 안 되는데 일본이 과거 문제를 이슈화한다'고 말했지만 역사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일본이 아니라 문 대통령이다. 그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 이슈화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핵심 동맹국가인 한국과 일본을 둘러싼 역사 갈등 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보좌하는 핵심 관료인 볼턴이 극도의 일본 편향적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자신의 회고록에서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볼턴의 관점대로라면 그해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대해 한국을 상대로 일방적인 수출규제를 단행한 아베 정권의 도발마저도 일본이 아닌 한국의 책임이 되는 식이다.
한일 관계에서 일본을 두둔하는 볼턴의 인식은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경질될 때까지 남북한 문제에서 배제된 현실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는 지난해 6월 30일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판문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을 때 현장에 배석하지 못했다. 전쟁을 부추기는 매파 참모를 견제하려는 트럼프의 판단에 의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안보보좌관인 볼턴이 아닌 폭스뉴스 앵커인 터커 칼슨을 동행시켰다.
1982년 레이건 행정부 시절부터 40년 가까이 미국 외교안보 정책을 주물러온 대표 관료임에도 북미 현안에서 소위 '왕따'를 당하고 경질된 피해의식이 한일 문제에서 자신과 같은 대북 견해를 가진 아베 신조 정권(협상 불가·최대압박)에 더 우호적인 입장으로 발현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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