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리스크’도 있는데…키움, 왜 ‘가정폭력’ 러셀을 택했나 [MK포커스]

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고척) 안준철 기자
키움 히어로즈의 에디슨 러셀(26) 영입이 화제다. 역대 KBO리그를 통틀어서 가장 이름값 있는 외국인 선수라는 평가다.
다만 러셀의 가정폭력 이력도 다시 떠오르고 있다. 안 그래도 ‘문제아들이 많았던 키움이라 ‘어둠의 이미지가 강해지지 않을까 우려를 표명하는 목소리도 있다. 더구나 키움은 지금 ‘강정호 리스크가 최대 현안이다.
키움은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2020 KBO리그 SK와이번스전을 앞두고 러셀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 조건은 53만 달러(한화 6억 4000만 원). 지난해 시카고 컵스에서 연봉 340만 달러(41억 1000만 원)를 받았던 러셀이기에 헐값 계약이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때문이다. 메이저리그는 개막이 불투명하다. 러셀도 불투명한 메이저리그 개막을 기다리느니, ESPN을 통해 미국에서도 중계방송이 되는 KBO리그에서 뛰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결정을 내렸다.
그래도 최근 수년 간 컵스의 주전 유격수로 2016년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이었던 러셀치고는 너무 싼 값이다. 이는 KBO리그에서 새로 계약하는 외국인 선수 최대 몸값이 100만 달러이기 때문이다.
즉 러셀의 53만 달러는 KBO리그에서 뛰는 일수에 따라 최대치를 적용한 것이다. 러셀이 방출된 테일러 모터의 대체 선수이기에 다시 상한선이 100만 달러가 되는 게 아니다. 김치현 키움 단장은 정확하게는 53만 8000달러 정도다. 지불할 수 있는 최대치다. 한달에 10만 달러씩 계산했고 나머지는 일수별로 최대한 지불하는 조건이다”라고 설명했다.
일단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있는 선수를 대체 선수로 영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 FA 신분인 선수들로 대상이 좁혀진 부분도 있었다.

다만 러셀의 가정폭력 전력은 민감하게 다가온다. 러셀은 지난 2018시즌 컵스에서 뛰던 시절 가정폭력에 연루된 혐의로 4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가정 폭력 행위에 엄하게 대처하고 있다. 대부분의 가정폭력 사건이면 80경기 이상의 중징계가 내려진다.
러셀의 가정폭력 문제가 처음 불거진 건 2017년이었다. 막 이혼을 했던 러셀의 전 부인 멜리사 레이디에 폭력을 가했다는 것이었다, 물론 당시에는 러셀이 혐의를 부인했고, 멜리사도 메이저리그 사무국 조사를 거부했다. 그러다 1년 뒤 멜리사가 블로그를 통해 정신적, 육체적인 학대를 받았다고 폭로하면서 80경기 출전정지 징계의 절반인 4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물론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이긴 하다. 그래도 메이저리그 사무국 조사를 통해 징계가 나온 것으로 봐서는 가정폭력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이에 김치현 단장은 물리적 폭력이 아닌 휴대폰 문자 폭력으로 확인했다. 신고도 제3자가 한 것이었다. 에이전트인 보라스에게 들은 내용이다.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자 수단을 행해진 가정폭력이라도 이 문제가 족쇄처럼 따라다닐 수 있다. 키움도 문제없다고 하지만, 그 동안 숱한 사건 사고가 쏟아졌던 키움이라 이미지 관리를 해야 하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벌써 러셀의 가정폭력 전력을 언급하며 키움이 전과자들을 수집하는 게 아니냐”는 싸늘한 시선이 늘고 있다. 횡령·배임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이장석 전 대표부터, 학교폭력 당사자인 안우진, 팀 후배 폭행 건으로 물의를 빚은 이택근 등 키움의 이미지를 깎아 먹은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지난 5일 귀국한 강정호. 사진=김영구 기자

또 키움은 음주운전 삼진아웃을 당한 ‘강정호 리스크 불씨가 남아있다. 음주운전 3회 적발된 강정호는 오는 23일 사과 기자회견을 앞두고 있다. 임의탈퇴 신분인 강정호의 보류권을 키움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과 기자회견 후에는 어떤 식으로 결론을 내려야 한다. 강정호에 대한 결론에 앞서 러셀의 가정폭력 전력이 부각되는 게 달가울리 없다.
어쨌든 실력 면에서는 출중한 선수라는 게 키움이 러셀을 택한 이유이긴 하다. 키움 측은 코로나19가 아니면 한국에서 뛸 이유가 없다는 선수임을 인정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정상급 수비능력을 갖춘 유격수다. 큰 부상도 없었고, 타격도 최근 부진했지만, KBO리그에서는 통할 수준이다. 대체 외국인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선택지가 별로 없던 것도 러셀을 택한 이유다. 내야수가 많은 키움은 애초 외야수인 야시엘 푸이그에게 접근했다. 푸이그도 역시 보라스코퍼레이션 소속 선수다. 다만 푸이그는 메이저리그에서 뛰겠다는 의지가 더 강했다.
러셀은 미국에서 메디컬체크와 비자발급 등 필요한 절차를 모두 마친 뒤 한국으로 들어올 전망이다. 2주간 자가격리 기간까지 감안하면, 7월말이나 경기에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