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팽이버섯으로 年100억원 버는 비결은
입력 2020-06-20 06:01  | 수정 2020-06-20 09:17
경북 청도군에 위치한 대흥농산 팽이버섯 생산공장 전경. [정혁훈 기자]

흔한 팽이버섯. 가격도 비싸지 않다. 동네 마트에서 150g 한 봉지에 1000원도 안된다. '국민버섯'이라 불릴 만하다.
이 팽이버섯 시장에서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회사가 있다. 바로 대흥농산이다. '황소고집'이라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놀라운 것은 이 회사가 한해 100억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올린다는 사실이다. 참으로 놀라울 뿐이다. 그 비결이 궁금해 경북 청도군에 위치한 대흥농산 본사를 찾았다.
대흥농산에 대한 고정관념은 본사에 들어서면서부터 바로 깨졌다. 팽이버섯 회사는 왠지 산골이나 적어도 산기슭에는 있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했다. 버섯이라는 작물 이미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동대구역으로 마중을 나온 대흥농산 차량은 큰 길을 달리다 바로 회사로 쑥 들어갔다. 기계류를 생산할 것처럼 생긴 공장으로 들어선 것이다. 겉보기에는 영락없이 제조업 공장이었다. 그러나 이 곳에선 하루 20만병의 팽이버섯이 생산되고 있다. 팽이버섯 한 병에서는 대략 150g짜리 팽이버섯 세 봉지가 생산된다.
팽이버섯이 자라는 생육실 안의 모습. 습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안개에 싸인 것처럼 뿌옇게 보인다. [정혁훈 기자]
이 공장이 잘 나가는 최대 비결은 자동화율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팽이버섯은 마지막 수확과 포장 단계에서 사람의 손길이 많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회사는 해당 공정을 대부분 자동화시켰다. 요즘처럼 외국인 근로자를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 만큼 어려운 시절에는 그 장점이 더욱 발휘되고 있다.
팽이버섯은 종균을 병에 주입한 뒤 대략 2개월이 지나면 다 자란다. 팽이버섯이 마지막 생육방에서 나오면 수확실로 옮겨지는데 이후로는 대부분 기계가 작업을 한다. 먼저 병 위로 자란 팽이버섯을 둘러싸고 있는 권지(팽이버섯이 자라면서 옆으로 퍼지지 않도록 둘러싸주는 종이)를 기계가 자동으로 벗긴다. 이어 기계가 병을 옆으로 누인 뒤 자동으로 버섯의 밑둥을 잘라낸다. 밑둥이 잘린 팽이버섯을 3개의 칼날로 3등분해서 각각을 150g짜리로 포장하는 것도 기계가 한다. 이어 제품을 박스에 차곡차곡 넣은 뒤 포장을 완료하는 것도 역시 기계 몫이다. 이 모든 작업을 이전에는 전부 사람이 했다.
다 자란 팽이버섯이 마지막 수확공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팽이버섯 밑둥을 자르고 3등분해 포장하는 과정이 전자동으로 이뤄진다. [정혁훈 기자]
김진석 대흥농산 이사는 "자동화를 통해 생산 직원 수를 기존에 비해 3분의 1 이상 줄일 수 있게 됐다"며 "구인난을 해결한 데다 인건비도 절감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뿐만 아니라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기 때문에 오염 가능성이 줄어드는 등 품질관리 측면에서도 유리한 것이 많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비결은 생산과 품질관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현재 대흥농산에서 생산되는 팽이버섯의 불량률은 0.5% 수준이다. 세계 최고로 알려진 일본에서도 2% 이하면 최고로 치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다. 경매시장 등에서도 다른 제품보다 높은 등급과 가격을 부여받는 이유다.
대흥농산 팽이버섯 공장의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중앙통제실 모습. [정혁훈 기자]
양필석 대흥농산 대표는 "팽이버섯도 생물이다보니 철저한 생산·품질관리 노하우가 없이는 연속적으로 재배를 잘 할 수 없다"며 "안정적인 생산성과 높은 품질을 바탕으로 국내 주요 대형 마트와 백화점, 유명 온라인쇼핑몰에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의 자동화는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는 ICT기술을 활용한 재배 방식 고도화 계획도 갖고 있다. 양 대표는 "품종 개발이나 재배 방식을 과거 관행대로만 할 게 아니라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고도화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다른 업체들이 따라오기 어려울 정도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필석 대흥농산 대표가 회사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혁훈 기자]
해외 수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대흥농산의 강점이다. 현재 수출비중은 미국과 캐나다, 호주, 베트남 등을 중심으로 전체 생산량의 20~25% 수준이다. 특히 베트남 등 동남아의 경우 현지에 생산공장을 직접 짓는 방식으로 직진출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양 대표는 "지금은 베트남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이 90%를 넘어서고 있지만 품질 면에서 한국산이 압도적이어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흥농산을 돌아보면서 투자회사가 이 회사를 인수한 배경이 이해됐다. 데일리푸드홀딩스는 지난 2016년 대흥농산을 인수했다. 투자회사가 농기업을 인수한 사례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데일리푸드홀딩스 관계자는 "대흥농산의 지난해 매출액과 순이익은 각각 457억원과 82억원에 달했다"며 "투자회사가 중시하는 EBITDA(법인세와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는 150억원에 달하고 있어 투자매력이 높다"고 말했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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