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코로나 시대`엔 여름도 성수기…유니콘 스타트업, 뉴욕증시 IPO 밀물
입력 2020-06-19 21:51  | 수정 2020-06-26 06:04

'거품 붕괴론'이 제기될 정도로 뉴욕 증시가 상승세를 타는 가운데 유니콘(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일 것으로 평가 받는 비상장 기업)들이 기업공개(IPO)를 통해 증시 상장 채비에 나서면서 올해 여름 IPO시장이 바쁘게 돌아갈 것이라는 월가 소식이 나왔다. 그간 여름은 IPO비수기로 통했지만 이달 10일(현지시간) 이후 활기를 띄는 모양새다. 분위기를 타고 IPO 상장지수펀드(ETF)가격도 사상 최고 수준을 달리고 있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아이다호에 본사를 둔 '온·오프라인 식료품 체인' 앨버슨(Albertsons)이 다음 주 IPO를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앨버슨은 미국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크고 총 2252곳의 지역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앨버슨은 주당 18 ~ 20 달러를 예상하고 있으며 IPO를 통해 최대 13억 달러를 모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WSJ에 따르면 앨버슨은 지난 3월까지만해도 워너뮤직, 줌인포테크놀로지와 더불어 IPO시장에서 주목받는 3대 기업으로 꼽혀왔다. 앨버슨은 2015년 세이프웨이와 합병을 통해 증시 상장을 시도했고 이어 2018년 라이트 에이드와의 합병을 통해 상장하려다 실패하자 올해 직접 IPO에 나섰는데 코로나19여파 탓에 시기가 늦어졌다.
한편 뉴욕에 본사를 둔 '온라인 주택보험 스타트업' 레모네이드(Lemonade)도 지난 8일 IPO를 선언했다. 레모네이드는 시장 가치가 21억 달러로 추정되는 유니콘으로 지난 해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3억 달러 규모 자금을 유치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디지털 감시 스타트업'인 팔렌티어(Palantir)가 몇 주 안으로 IPO에 나설 계획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팔렌티어 시장 가치는 200억 달러로 평가받고 있다. 밴처캐피털인 파운더스펀드의 피터 틸 창업자가 팔렌티어에 자금을 대며 팔렌티어 이사회로 활동해 역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참모진을 일했던 억만 장자다. 일런 머스크 테슬라 최고 경영자(CEO)등과 함께 지난 1998년 페이팔을 공동 창업한 인물이기도 하다.
실리콘밸리의 또다른 스타트업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도 최근 조용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신청 보고서를 제출했다. 스노우플레이크는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저장 창고'로 아마존 웹서비스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같은 대형 클라우드 플랫폼 틈바구니에서 성장 중인 유니콘이다. 젯블루 등 2000개 이상의 고객사를 두고 있다. 올해 2월 드래거니어인베스트먼트, 세일즈포스벤처스 등으로부터 4억 7900만달러 규모 자금을 조달받기로 한 결과 현재 기업가치는 12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1위 음식 배달 플랫폼' 도어대시(DoorDash)도 실리콘밸리 유니콘이다. 지난 11일 WSJ에 따르면 도어대시 창업자인 중국 이민자 토니 쉬 CEO는 최근 회사 가치를 150억 달러로 더 높여 상장 전(프리IPO) 투자 유치에 나섰다. 회사는 지난해 11월 차입 때 130억 달러로 평가받은 후 올해 2월 IPO신청서를 SEC에 비공개 제출했다가 3월 CEO가 IPO를 미룬 바 있다. IPO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투자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도 날로 커지는 모양새다.
팀 프로젝트 등 '조직 활동 관리서비스'를 하는 아사나도 IPO를 계획 중인 실리콘밸리 유니콘이다. 아사나는 지난 2004년 마크 저커버그 등과 함께 페이스북을 공동 창업한 더스틴 모스코비츠가 2008년 세운 회사다. 지난 3월 IPO에 나서려 했지만 저커버그 페북 CEO와 앨 고어 전 부통령이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점이 알려져 투기 가능성이 불거진 탓에 올해 말로 시기를 늦췄다.
뉴욕 증시 IPO움직임은 지난 10일 이후 두드러지기 시작했다는 게 월가 분석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 등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까지를 기준으로 IPO는 총 43건 이뤄져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1%줄어들었다.
최근 IPO가 늘어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하나는 '전시 효과'다. 6월 10일을 전후해 상장한 '온라인 중고차 거래업체' 브이룸과 '수소 트럭 제조업체' 니콜라 등의 주가가 100%이상 주가가 폭등했다.
두 번째는 '타이밍' 영향이다.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사태로 5월 이후에야 경제 활동이 단계적으로 재개됐는데 오는 11월 3일은 미국 대선이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더 커지기 전에 IPO를 하는 게 낫다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IPO열기가 돌면서 IPO ETF 가격도 나날이 오르고 있다. 18일 '르네상스 IPO ETF'는 40.93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주일 전인 지난 11일 대비 12.08%급등한 가격이다. 나스닥 증권거래소의 제프 토머스 웨스트코스트상장·자본시장 총괄자는 18일 뉴욕타임즈(NYT)인터뷰에서 "IPO궤도에 오른 모든 기업들이 상장을 향해 속도를 내는 중"이라면서 "IPO를 할 지 여부는 기업 결정이지만 기회의 창은 열려있다"고 말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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