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종부세 폭탄`에 법인아파트 급매로…`래대팰` 1억 낮춰 팔려
입력 2020-06-19 17:47  | 수정 2020-06-19 20:14
◆ 6·17 부동산대책 후폭풍 ◆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1단지 전용면적 85㎡가 지난 18일 28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매물은 법인이 소유했던 물건으로, 기존 호가 대비 5000만~1억원가량 떨어진 가격에 신속히 팔렸다. 서울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시세 23억원)를 법인 명의로 보유한 김 모씨도 최근 종합부동산세 때문에 고민이다. 종부세 공제(주택당 6억원)를 받으려고 한 채를 법인 명의로 돌렸는데 정부가 지난 17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서 법인 주택에 대한 종부세율을 대폭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는 세무사에게 의뢰하니 보유세 부담이 최소 수백만 원에서 1000만원까지 오르는 구조"라며 "내년부터 세금 폭탄을 맞게 돼서 그 전에 팔려고 한다"고 말했다.
6·17 부동산 대책으로 법인 명의 주택에 대한 종부세와 양도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면서 시장에 법인 보유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1년간 주택 가격이 치솟았고 법인 물건 매매 거래량이 많은 인천 수원 용인 청주 등이 후보지로 꼽힌다. 서울도 지난 1년간 법인 물건 매매가 활발했던 성북구 금천구 등 외곽 지역과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용산을 중심으로 매물이 대거 나올 전망이다.
19일 매일경제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에게 의뢰해 법인 보유 물건 종부세 부담을 계산한 결과 세 부담이 대폭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17일 법인 보유 주택에 대해 종부세 공제를 폐지하고 종부세율도 3~4%로 대폭 상향했다. 이전엔 법인 소유 주택은 공시가가 낮으면 최저 세율(0.6~0.8%)을 적용받았다. 이에 더해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으로 인한 종부세 개편안(세 부담 상한선을 2주택자는 2배, 3주택 이상은 3배)까지 적용되면 세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가령 용산시티파크 전용 177㎡와 정자동 느티마을공무원3단지 전용 67㎡를 소유하고 있다면 올해는 종부세가 1127만원이었는데 이론적으론 내년에 5399만원까지 늘어난다.

최근 가격이 급등한 수원·청주·천안 지역 4억~7억원대 아파트 세 채를 법인 명의로 소유했다면 종부세는 492만원에서 1308만원으로 뛴다. 우 팀장은 "법인 명의 보유 주택은 거의 대부분 세 부담 상한선(현재는 1.5배)까지 세금이 오르고, 미처 다 올리지 못한 부분이 이월되기 때문에 향후 몇 년간 계속 상한선까지 보유세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1월부터 양도세 중과(추가 20%), 내년 6월부터 종부세 폭탄이라는 악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년(2019년 5월~2020년 4월)간 법인 물건 매매 거래가 가장 많았던 지역은 경기 수원이다. 수원은 도합 2622건 거래돼 전체 수원 주택 거래량에서 8.3%를 차지했다. 전국 법인 보유 주택 매매 거래량 기준(7.1%)보다 높은 수치다. 인천, 경기 용인, 충북 청주 등 요즘 자금이 가장 많이 몰린 곳들 대다수도 법인 매매 거래량 상위 지역이다. 서울에서는 금천구와 성북구가 각각 827건, 77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 지역은 지난 1년간 평균 주택 매매가가 최대 26%까지 치솟았던 곳이다. 임성환 ABL생명 WM센터장은 "부동산 업자들 말만 믿고 소규모 법인을 만들어 주택을 다수 매수한 사람들은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법인은 나중에 양도차익을 개인에게 주려면 배당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다른 소득과 합산할 시 최고 세율이 46%에 달한다. 법인을 통한 우회 주택 매수는 이제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인에 대한 징벌적 과세가 예고되자 지방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가령 비규제 지역이었다가 이번에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경기 안산 단원구와 군포는 국토교통부가 지난 5월 '투기적 법인 주택 거래'에 대한 규제를 내놓겠다고 발표했을 때 꼽은 대표적 지역인데, 벌써부터 법인 명의 아파트 매물들이 나오고 있다. 안산 지역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법인이 저렴한 고잔주공8·9단지 아파트를 대거 매수했다"며 "내년 전까지 매물이 많이 나올 듯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법인 규제로 가격 하방 압력을 강하게 받을 것이란 분위기도 감지된다. 실제로 법인 매매가 많다고 알려진 안산 고잔주공9단지 전용 66㎡는 매물들이 2억4000만원대에 나왔다. 이 가격은 최근 실거래가 평균보다 10%(3000만원)가량 빠졌다.
서울에서도 고가 주택을 법인 명의로 소유하고 있다면 급매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가령 용산구는 이번 정부 들어 법인 보유 아파트 매매 비중이 전체 아파트 거래에서 12.8%를 차지해 서울 내에서 가장 높았다. 2017년 5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용산구 내 법인 보유 아파트 매매량은 900건으로 강남 3구(674건)보다 많았다.
이명수 리얼앤택스 대표는 "용산은 외국계 기업 주재원 수요가 많고 그 주택들이 신축이어서 종부세 부담을 어느 정도 버텨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재건축 단지를 법인 명의로 가지고 있다면 세 부담 증가분을 마냥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 없기 때문에 급매 수요가 있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법인 거래량이 많은 지역은 가격이 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현준 기자 / 박윤예 기자 / 이축복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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