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옵티머스펀드 사기, 금감원·예탁원 알고도 놓쳤다
입력 2020-06-19 17:45  | 수정 2020-06-19 23:04
공공기관 공사에서 발생한 매출채권에 투자하기로 했던 옵티머스크리에이터펀드가 대규모 환매 중단에 빠지게 된 데는 수탁사, 판매사, 금융감독원 등 관련 기관의 부실 관리가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애초 펀드제안서와는 다르게 장외기업 사모사채에 투자한 것은 문서 위·변조에 의한 사기인데, 수탁은행은 사모사채 매수 지시를 그대로 따랐다. 펀드 사이즈가 급속도로 불어나는 동안 판매사에서도 제대로 체크할 수 있는 사안이었지만,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는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역시 유동성 문제를 인지하고도 적시에 현장검사를 나가지 않았다.
올해 라임 크레디트인슈어드(CI)펀드에서 애초 약속한 신용보강 무역 매출채권 대신 부실 플루토펀드 자산을 편입하는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사기 수법이 그대로 재연된 것이다. CI펀드의 경우 판매사인 신한은행만 비난하고 수탁은행인 기업은행·하나은행에 대해서는 별다른 책임론이 제기되지 않았는데, 이 같은 안일한 대처가 똑같은 문제를 반복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펀드 투자자들은 펀드 판매사·운용사만 보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지만 펀드 자산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수탁회사(신탁사 또는 수탁은행)나 펀드 기준가를 산정하는 역할을 하는 사무수탁사도 펀드 운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옵티머스크리에이터의 수탁회사는 하나은행, 사무수탁사는 예탁결제원이었는데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닌 사모사채를 운용사의 지시에 따라 그대로 매입한 것은 관련 회사들의 상호 견제가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수탁은행은 펀드 자산의 보관과 관리에 대한 의무만 있다"고 전했다. 자본시장법 247조는 자산운용사의 운용이 법령·약관에 어긋나면 신탁사가 이를 확인하고 자산운용사에 시정을 요구하고 감독당국에 보고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사모펀드에 한해서는 특례 조항으로 이를 면제해주고는 있지만, 일각에선 라임 CI펀드 사태의 문제를 감안하면 관련 회사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신탁사가 적극적인 감시 수준은 아니더라도 규약에 어긋나는 자산을 담을 때는 막아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펀드 약관상으론 투자 대상을 '기업 공공기관 매출채권 및 국내에서 발행된 채권'으로 넓게 잡고 있지만 펀드제안서에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명시한 이상 펀드제안서에 없는 자산을 편입할 때는 신탁사나 사무수탁회사의 점검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성실한' 관리자로서의 역할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사무수탁회사인 예탁원 역시 채권 가치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운용사에서 준 자료를 참고해 운용사의 지시에 따라 펀드 기준가를 평가했다. 예탁원 관계자는 "시중에서 유통되는 채권이 아니기 때문에 시가가 아닌 운용사에서 준 제반 정보를 참조해 장부가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사무수탁회사는 운용사가 지시를 하면 그대로 수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운용사가 부실 채권을 산 뒤 그것을 우량 채권으로 신고하면 그대로 기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된 판매사였던 NH투자증권 역시 리스크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NH투자증권이 판매한 옵티머스크리에이터펀드의 잔액은 지난 4월 말 기준 4778억원에 달한다. 이 중 절반 정도가 개인 고객 상대인데 NH투자증권의 개인 고객 상대 사모펀드 판매액이 1조50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판매액의 16%가 동일 운용사·동일 자산 펀드에서만 나온 것이다. 라임자산운용 판매액도 우리은행 3577억원, 신한금융투자 3248억원, 신한은행 2769억원으로 여기엔 한참 못 미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옵티머스 펀드는 연 3%의 높지 않은 수익률에다 사모펀드 침체기였음에도 특정 증권사에서 5000억원 넘게 팔렸다"며 "이는 NH투자증권의 추천과 권유가 있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실제 19일 NH투자증권 본사에는 지점 직원들의 항의가 빗발친 것으로 전해졌다. 본사에서 유망 상품으로 선정해 지점에서는 고객들에게 권유했는데 환매가 연기된 고객들 비난은 지점 직원들에게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안정적인 투자 자산, 짧은 만기에다 저금리 시기에 2.8~3.2%의 금리로, 당사 안정적·보수적 성향의 고객들이 선호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날부터 환매 연기 사태가 발생한 옵티머스자산운용에 대해 현장검사를 실시했다. 전날 환매 연기 결정에 이어 이날 바로 금감원이 현장검사에 착수할 수 있었던 것은 금감원이 이미 일부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 사태 이후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옵티머스 측 펀드 자산 만기 일정과 상환 계획에 미스매치가 예상돼 유동성 분야를 눈여겨본 것으로 알려졌으며, 코로나19 탓에 현장검사가 지연돼 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금감원은 옵티머스 측이 상품 설명과는 다른 자산을 편입했다거나 '폰지사기' 의혹이 있다는 것까지는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제림 기자 /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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