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는 보험료대로 꼬박 내면서 필요할 때 보장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보장설계가 제대로 안된 계약 때문인데, 보험계약자 책임도 있지만 보험사들이 보험가입만 시켜놓고 사후관리를 제대로 해오지 않은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19일 교보생명에 따르면 최근 고객센터에 한 통의 전화가 왔다. 건강검진에서 발견된 '대장 용종' 제거 수술을 받았는데, 보험금 지급이 가능한지에 대한 문의다.
전화를 한 60대 A씨는 교보생명 종신보험에 가입해 15년 동안 매달 25만원씩 총 4500만원을 보험료로 냈다. 당연히 보험금이 지급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당시 가입한 종신보험에 '수술보장특약'이 없다는 안내를 받았다. 대장 용종 제거에 따른 수술비 보험금 지급이 안된다는 사실을 15년이 지난 후에야 알게된 셈이다.
이와 함께 A씨는 '치아 파절'에 따른 보험금도 청구하려 했지만 가입한 보험에서 보장이 안된다는 사실 역시 15년이 지나서야 보험설계사가 아닌 고객센터를 통해 들었다. 보험에 대해 잘 모르는 A씨는 40대때 암 등 질병 보장을 위한 상품을 문의했고 지인을 통해 알게된 보험설계사로부터 종신보험 가입을 권유 받았다.
이같이 과거 10여년전 가입한 보험에서 보장공백이 발생하는 것은 당시 보험계약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 것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당시 보험계약 대부분은 대면을 통해 이뤄지고 지인 계약이 많았다. 2013년 보험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설계사를 통한, 즉 대면 채널을 통한 보험가입 중 지인을 통한 계약이 87.6%, 모르는 사람을 통한 개척 계약이 12.4%로 조사돼 지인 계약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보험이 '푸시' 상품의 성격이 강한데다 이 시기 전후 체결된 보험계약에 대한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지인 부탁 등으로 등 떠밀려 보험계약이 체결되다보니 보장설계와 가입목적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던 것.
보험사들도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애프터서비스(AS)' 격으로 보장내역 알림 등 사후관리 서비스에 나서고 있지만, 이것 마저도 마케팅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어 '무늬만 AS'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은 "보험은 즉석 떡볶이가 아니다. 보험에 가입하려면 냉정해야 한다"며 "시간이 걸리고 귀찮더라도 '생애 재정설계와 보장 분석'을 통해 나에게 꼭 필요한 상품을 명확히 파악하고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종신보험은 사망을 보장하는 보험이기 때문에 수술 보험금과 무관한 보험"이라고 덧붙였다.
[전종헌 기자 cap@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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