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현장에서] 예고된 도발과 통일부 장관
입력 2020-06-19 08:36  | 수정 2020-06-19 08:42
사진 = 연합뉴스

남북 관계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개성공단에 북한군 재배치까지 북한이 빠른 속도로 압박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청와대도 북한의 무례한 언사에 비판을 하면서 맞대응에 나섰습니다.
대북전문가들은 미국 대선까지 남은 5개월 동안 북한이 상당히 강하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합니다. 문제는 미국도 우리도 현재로서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1차 고비는 6월 25일,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다면 최대 2년까지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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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고된 도발?...향후 5개월이 변수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던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남북관계 돌파구가 필요하다, 시간이 없는데 걱정이다”란 말을 되뇌였습니다. 이 상태로 가면 북한이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고, 최악의 경우 개성공단이 다시 군부대로 바뀔 것이라고 우려했는데 2달 만에 현실로 나타난 것입니다.
이 같은 전망의 배경에는 오는 11월 3일 미국 대선이 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만약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북미대화는 상당 기간 지체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에 북미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변곡점을 만들려고 할텐데,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군사적 도발이 가장 손쉽기 때문입니다.
박지원 단국대 석좌교수는 북한군 총참모부가 나서 군사행동을 예고한 만큼, 앞으로 5개월 동안 북한은 순차적으로 군사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이고 이 과정에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고조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문제는 당분간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저강도의 도발을 시작으로 ICBM나 SLBM 발사로 공세 수위를 높여갈 가능성이 큰데, 미국도 선거가 한창이라 곧바로 협상에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특별한 협상 변수가 없고 미국의 차기 대통령에 바이든이 될 경우 최대 2년까지는 지금의 긴장상태가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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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북전단은 여전히 위험...6월 25일 긴장
보수 진영에서는 어차피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준비한 만큼 대북전단은 핑계거리에 불과하다고 지적합니다. 맞는 이야기지만,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북한이 왜 대북전단을 앞세웠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1차로 대북전단이 북한 체제에 그만큼 위협적일 수 있다는 것. 2차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대북전단 금지를 규정한 판문점선언을 남측이 먼저 위반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됩니다.
북한이 이번에 발표한 군사행동 예고를 보면, 개성공단에 군부대 주둔, 서해 훈련 재개, 비무장지대 GP에 병력 전개 등 남측에 대한 직접적인 도발은 빠져있습니다. 하지만 탈북민 단체가 준비 중인 6월 25일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북한이 합의 위반을 내세우며 대응에 나설 경우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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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돌다 끝난 통일부 장관
하노이 북미회담이 결렬된 직후 지난해 4월 취임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남북관계 악화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전임 조명균 장관이 관료 출신으로 소극적 접근에 머물렀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학자 출신의 통일연구원장이 장관직을 맡았습니다. 외부의 눈치를 보지 말고 북한에 대한 과감하고 거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일단 통일부 관료들에 대한 장악력이 약했고,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청와대 NSC가 남북 문제를 주도하면서 김 장관은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자 평가를 받았습니다. 여권 내부에서는 공개적으로 김 장관이 축사만 하고 다닌다는 비아냥까지 나왔습니다.
김 장관은 북한 개별관광을 추진했지만 코로나19로 지지부진했고, 코로나19 방역 협력은 북한의 반응이 싸늘했습니다. 지난 4월 만났던 김 장관은 사석에서 코로나19 방역 협력에 대해 무척 아쉬워했습니다. 미국은 물론 유엔의 대북제재를 감안해 인도주의 차원의 협력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북한이 거부한다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김 장관의 제안이 미 대선을 앞둔 북한 입장에서는 너무 한가로운 이야기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통령 특사나 통일부 장관의 역할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북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북특사로 거론된 정의용 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의 이름을 공개한 것은 사실상 이들을 대화상대로 인정 안하겠다는 의미라고 풀이합니다.

남북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태에서 확실한 것은 대통령 특사나 통일부 장관의 중량감이 사실상 문 대통령의 권위를 그대로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남북미 관계의 새로운 설정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 정창원 기자는?
=>현재 정치부 데스크.
1996년부터 기자 생활을 시작했으며, 2018년 10월부터 정치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꿈꾸고 있으며, 균형감 있는 시선으로 정치 현안을 바라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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