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2차대전 '연합군의 연인' 영국 국민 가수 베라 린 별세
입력 2020-06-19 08:14  | 수정 2020-06-26 09:05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군 장병들과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영국의 여성 가수 베라 린이 현지시간으로 어제(18일) 별세했다고 BBC 방송 등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향년 103살.

베라 린은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위 윌 밋 어겐'(We'll Meet Again), '데어 윌 비 블루버즈 오버'(There'll Be Bluebirds Over), '더 화이트 클리프스 오브 도버'(The White Cliffs of Dover) 등의 히트곡으로 사랑을 받았습니다.

2차대전 중이던 1941년에는 '친애하는 당신들에게'(Sincerely Yours)라는 제목의 주간 라디오 방송을 시작해 전장 각지에서 싸우던 장병들과 나치의 폭격에 시달리던 영국 국민들을 위로했습니다.

영국의 전차부대 장병들은 탱크에 '베라'라는 이름을 적은 채 전투에 나설 만큼 베라는 군인들에게 스타 중의 스타였습니다.


린은 이후에도 이집트, 인도, 미얀마(옛 버마) 등 영국 군대가 주둔한 곳이라면 어느 곳도 마다하지 않고 순회공연을 다니며 지친 장병들을 감미롭고 선명한 목소리로 위로했습니다.

그래서 린에게는 '군의 연인'(The Forces' Sweetheart)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1917년 런던의 이스트엔드에서 배관공의 딸로 태어난 린은 일곱 살 때부터 노동자들이 드나들던 클럽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해 1930년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렸습니다.

지난 4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은 영국에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할 때도 린의 히트곡 제목인 '우리는 다시 만날 거예요'(We will meet again)를 인용할 만큼 린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영국인들의 영혼을 위로하던 가수로 평가됩니다.

높은 인기에도 대중 앞에 잘 나서지 않았고 평생을 잉글랜드 남쪽 브라이턴 인근에서 남편 해리 루이스와 함께 조용히 살았습니다. 뇌성마비 아동을 위한 자선 재단을 설립해 아픈 어린이들에게 꾸준히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린의 유족에게 애도의 메시지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트위터에서 "베라 린 여사의 매력과 마법의 목소리는 우리의 가장 어두웠던 시절에 우리나라를 도취시키고 또 지탱해줬다. 그녀의 음성은 후손들에게도 계속 살아남아 마음을 고양할 것"이라며 애도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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