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중기 구석기 유물 '르발루아 몸돌' 국내 최초 출토
입력 2020-06-19 07:54  | 수정 2020-06-26 08:05

경기도 연천 임진강변에서 국내 처음으로 중기 구석기 유물인 '르발루아(Levallois) 몸돌'이 출토됐습니다.

백두문화재연구원은 임진강에 인접한 선사유적지인 연천 군남면 삼거리 복합 유적에서 르발루아 수법에 의해 제작된 몸돌(바탕 돌)을 발견했다고 오늘(19일) 밝혔습니다. 연구원은 문화재청 허가를 받아 지난 2016∼2017년 '연천 임진강유원지' 조성 사업부지에 대한 정밀 발굴조사를 시행했습니다.

르발루아 수법은 유럽, 아프리카의 중기 구석기 시대(약 30만~4만년 전)를 대표하는 석기 제작 방법입니다. 독특한 몸돌과 격지(剝片·몸돌에서 떼어낸 돌조각)가 프랑스 파리 근교 르발루아에서 발견돼 이렇게 불립니다. 몸돌은 격지를 생산하는 데 쓰이는 돌로, 몸돌에서 떼어낸 격지는 각종 석기를 제작하는 데 이용됩니다.


백두문화재연구원에 따르면 삼거리 복합 유적은 구석기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는 문화층이 뒤섞여 있습니다. 이곳의 구석기 문화층은 상부와 하부로 구분되는데, 르발루아 몸돌은 하부 문화층에서 출토됐습니다.

백두문화재연구원이 가속질량분석기(AMS)로 문화층에 대한 연대를 측정한 결과 상부 문화층은 후기 구석기(2만9천∼2만8천년 전), 하부 문화층은 중기 구석기 말기(4만4천∼4만년 전)에 해당하는 것으로 각각 밝혀졌습니다.

하부 문화층에서는 다양한 구석기가 함께 발굴됐는데 이번에 출토된 몸돌은 '반복적 중심 방향 떼기 르발루아 몸돌'(Levallois recurrent centripetal core)로 분류됩니다. 이 몸돌은 화산암의 일종인 응회암으로 크기 121x93x61㎜, 무게 454g입니다.

몸돌은 중간의 가름면을 기준으로 윗부분은 떼기면, 아랫부분은 격지 떼기를 위한 때림면으로 명확하게 구분됩니다. 윗부분에는 격지를 반복적으로 떼어냈던 자국이 뚜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서봉수 백두문화재연구원장은 "이런 형태와 기술적 속성, 가속질량분석기를 통한 연대 측정 결과에 따라 이번에 발견한 유물은 르발루아 수법으로 제작된 몸돌로 보인다"며 "해방 이후 우리나라에서 발굴된 구석기 유적은 수백 군데가 넘지만 르발루아 수법이 확인된 곳은 임진강 삼거리 유적이 처음이다"고 설명했습니다.

세계 선사 고고학계에서는 르발루아 수법이 동아시아 지역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오랫동안 통설이었습니다. 하지만 2012년 중국 수이둥거우(水洞溝) 유적(4만6천∼3만3천년 전)과 2019년 구안인둥(觀音洞) 동굴유적(17만~8만년 전)에서 출토된 구석기 중에 르발루아 제작 기술에 의한 석제품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특히 구안인둥 동굴유적의 경우 유럽의 중기 구석기와 시대를 공유하는 석기 문화가 동아시아에서도 전개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선사고고학 전문가인 한창균 전 연세대 박물관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반세기가 훨씬 넘도록 르발루아 수법을 보여주는 유물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며 "이번 발견은 우리나라에도 중기 구석기라는 시간적 공간이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며, 한국의 중기 구석기 문화를 연구하는 데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를 계기로 동아시아에서 구석기 중기에서 후기로의 이행 과정을 체계적으로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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