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발표한 정부의 21번째 부동산 대책에는 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책도 어김없이 담겼다.
목동6단지와 성산시영 아파트 등이 잇따라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잠실5단지·대치은마아파트 집값이 바닥을 찍고 올라오는 등 재건축 시장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자 곧바로 압박에 나선 셈이다.
그러나 서울 등 수도권 주택공급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정비사업을 무조건 규제하는 것은 장기적으론 폐해가 더 크다는 지적도 많다.
이번 대책에 담긴 재건축 시장 규제는 △안전진단 강화 △거주요건 강화 △재건축 부담금 본격 징수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재건축 사업장에서 조합원 분양 신청 시까지 2년 이상 거주한 경우만 분양 신청을 허용한 점이다. 다만 연속 거주가 아니라 합산 거주 기간으로 계산한다. 정부는 올해 12월 법 개정을 거친 후 최조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한 사업장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재건축사업에서 거주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토지 등 소유자에게 조합원 자격요건이 주어졌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 거주하지 않았음에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분양신청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정비업계에선 대치 은마아파트나 여의도 일대 재건축 아파트 등이 당장 영향권에 들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압구정 일대 아파트, 대치동 우성·선경·미도 아파트, 서초동 삼풍아파트 등 강남 대어급 아파트 등도 후폭풍은 피할 수 없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실거주 여건이 좋지 않은 재건축 아파트는 타격을 좀 받을 것"이라며 "특히 투자용으로 많이 접근한 소형 평형에 영향이 집중될 듯 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일부 아파트에선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급하게 조합설립을 추진하는 단지도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을 앞두고 한 해 전에 신반포3차·경남, 신반포4지구, 잠실 미성·크로바, 잠실 진주아파트 등이 관리처분인가를 받기 위해 무서운 속도를 냈던 것과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이 난 재건축부담금을 "본격 징수하겠다"며 재건축 시장 전반에 대한 압박수위도 높였다.
올해 하반기부터 한남연립과 두산연립을 시작으로 부담금 걷기에 나서겠다며 강남 5개 단지, 강북 1개 단지, 경기 2개 단지를 시뮬레이션한 결과도 발표했다. 강남 5개 단지 평균의 재건축 부담 예상액은 4억4000만원에서 5억2000만원에 이른다. 단지별로 최고액이 무려 7억1000만원에 이른다는 결과까지 제시했다. 강북 1개 단지의 경우 조합원당 1000~1300만원, 경기 2개 단지의 경우 60만~4400만원으로 계산됐다.
하지만 국토부는 해당 단지이름과 계산방법 등은 공개하지 않아 또 한 차례 논란이 예상된다. 2018년 1월 강남 일부단지 재건축 부담금이 8억4000만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던 당시와 판박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아파트를 사면 수억원이 더 든다는 점을 강조해 투자수요에게 압박을 주려는 의도가 깔린 듯 하다"고 밝혔다.
6·17 부동산 대책에 안전진단 강화 방안도 담겨 재건축사업 초기 장벽을 더 높였다. 그동안 지자체 소관이었던 1차 안전진단 용역업체 선정·관리를 시도 지사에게 넘기고, 2차 안전진단(공공기관 적정성검사)에 현장조사를 반드시 포함시켰다. 자문 과정에서 총점을 비공개해 자문위원들의 독립적 판단을 보장한다는 조항도 끼워넣었다. 당장 6단지를 제외한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송파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등이 영향권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 규제가 재건축 시장을 단기간 안정시키겠지만 장기적인 효과에 대해선 의문을 표시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재건축 단지 호가를 잠시 진정시킬 수는 있지만 영향이 길게 지속될 진 확신할 수 없다"며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이 올해 4만1562가구에서 내년 2만4040가구로 크게 축소되는 만큼 서울 도심에 주택공급을 하려면 정비사업을 진행시킬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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