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 직구에 나선 국내 투자자들이 최근 한달간 미국 단기 회사채를 담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매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경기부양을 위해 16일(현지시간)부터 회사채 ETF에 이어 개별기업 유통 회사채 물량까지 사들이겠다고 밝힌 점과 맞물려 개인투자자들의 선제적인 투자가 주목받고 있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달간 국내 투자자들이 두 번째로 많이 순매수한 해외 종목은 뱅가드 숏텀 회사채 ETF(Vanguard Short-Term Corporate Bond ETF ·VCSH)다. 순매수 결제액은 7793만달러로 한화 약 946억원에 달한다. 이 상품은 이름처럼 만기가 짧은 투자등급 단기 미국 회사채를 담은 ETF다. 이 상품에 담긴 채권의 잔존만기는 평균 2.8년이다.
이밖에 뱅가드 토털본드마켓 ETF(BND)과 아이셰어즈 아이복스 투자등급 회사채 ETF(LQD) 등 미국 채권 ETF도 국내투자자들 순매수 상위권에 올랐다.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회사채 ETF를 대량 매집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부터다. 연준이 지난달 12일부터 유통 시장인 '세컨더리 마켓기업신용기구(SMCCF)' 통해 회사채 ETF를 본격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들 관심이 쏠렸다.
이런 가운데 연준이 매입 대상을 회사채 ETF를 넘어 개별 회사채로 넓히겠다고 15일 밝혔다. 이같은 정책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뱅가드 숏텀 회사채 ETF를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이 일찌감치 선점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내를 넘어 미국 등 해외 시장의 정책적 호악재를 가려 투자 대상을 기민하게 변경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났다는 관측이 나온다.
뱅가드 숏텀 회사채 ETF 수익률은 변동성이 낮은 단기 채권 ETF임을 감안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최근 한달간 1.5% 올랐다. 근래 랠리를 펼친 주식 관련 상품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이 기간 국내채권펀드 수익률이 평균 0.07%에 그쳤다는 점과 비교하면 선방한 축에 든다는 평가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집중적으로 매입하는 5년 만기 이하 회사채를 담은 상품인 뱅가드 숏텀 회사채 ETF가 정책 수혜를 입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변동성이 낮아 큰 폭으로 오르기는 어렵다"며 "만기가 상대적으로 긴 회사채를 담은 USIG등 ETF도 장기적으로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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