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잘못된 것 아닌가." "채신머리 역겹게 하고 돌아간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17일 문재인 대통령을 정조준해 쏟아낸 말 폭탄입니다.
한 국가의 최고지도자에게 좀처럼 쓸 수 없는 모욕적인 표현을 거침없이 써가며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모습입니다.
김 제1부부장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 하루 만인 이날 오전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는 자극적인 제목의 담화를 내놨습니다.
문 대통령의 이틀 전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축사를 조목조목 비난한 것으로, 지금의 꼬일 대로 꼬인 남북관계의 책임이 전적으로 남한에 있다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그는 남측이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 등 남북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으며 "외세의 바짓가랑이를 놓을 수 없다고 구접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문 대통령이 축사 당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넥타이를 빌려 착용한 것까지 거론하며 "상징성을 애써 부여하려 했다는데 내용을 들어보면 새삼 혐오감을 금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담화 말미에는 "항상 연단 앞에만 나서면 어린애같이 천진하고 희망에 부푼 꿈 같은 소리만 토사하고 온갖 잘난 척, 정의로운 척, 원칙적인 척하며 평화의 사도처럼 채신머리 역겹게 하고 돌아간다"며 "그 꼴불견 혼자 보기 아까워 우리 인민들에게도 좀 알리자고 내가 오늘 또 말 폭탄을 터뜨리게 된 것"이라고 자신의 언사를 정당화했습니다.
불과 2년 전 평창동계올림픽 때만 해도 남북 정상 간 평화의 메신저로 활약했던 김 제1부부장이 이처럼 '독설'을 내뱉기 시작한 건 올해 초부터 입니다.
그는 지난 3월 3일 북한의 합동타격훈련에 대한 청와대의 우려 표명에 즉각 담화를 내고 "저능하다" "적반하장의 극치" 등 거친 언사로 맞대응했습니다.
지난 4일 담화에서는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탈북민을 '쓰레기', '똥개' 등 거친 표현으로 난타하며 강공모드를 이어갔습니다.
지난 13일에는 남측을 '남조선 것들', '말귀가 무딘 것들'이라고 비하했습니다.
북한 고위 당국자들의 대남 비난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최고지도자의 여동생이 직접 선봉의 선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릅니다.
김 위원장의 '분신'이 내뱉은 말이어서 주워 담기 쉽지 않고, 정상국가를 지향하는 북한의 2인자가 쓰기에는 지나치게 저급한 용어로 점철됐다는 비판도 나온습니다.
이런 발언의 배경에는 남측을 향한 강한 불만을 직접 표출하기 위한 의도가 자리한 것으로 해석되나 정제되지 않은 언사는 결국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정치권과 학계는 당장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런 시기에 서로 간의 감정을 자극하고 계속 상승시키는 행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대통령의 대화를 위한 노력을 그렇게 헐뜯는 것은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2인자로서 적합하지 않은 발언"이라며 "선대 지도자들이었다면 과연 동일하게 행동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