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 `셰일혁명 주인공` 체사피크, 18일께 파산 신청…유가 하락 직격탄
입력 2020-06-16 17:55  | 수정 2020-06-18 19:07

미국 '셰일 혁명'을 이끌었던 체사피크에너지(Chesapeake Energy)가 이번 주 가능한 빨리 파산 보호 신청을 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나왔다.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사태로 전세계 공장이 멈추고 이에 따라 글로벌 유가가 폭락한 여파로 셰일업계 경영난이 불거진 탓이다. 미국 오클라호마에 본사를 둔 체사피크에너지는 셰일로부터 천연가스를 추출하는 기술을 선도해 미국이 천연가스 수출국으로 부상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개발(E&P)업체로 지난 1993년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최근 뉴욕 증시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미국 안팎 '단타' 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활발하게 체사피크에너지 주식을 사들인 바 있어서 회사의 파산 보호 신청 소식이 눈길을 끄는 모양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체사피크가 오는 18일을 전후해 법원에 미국 연방 파산법 제11장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회사는 앞서 15일 만기이던 부채 이자금을 내지 못했고 다음 달 1일 또 다른 부채 이자 상환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사피크는 90억 달러 이상의 총 부채 중 일부를 재조정하기 위해 9억 달러(약 1조900억 원) 규모의 기업 회생(DIP·Debtor-In-Possession) 대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체사피크가 기업 파산 관련법에 따라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구조 조정을 하는 동안 금융시장에서 기업 회생을 위해 조달할 수 있는 대출 자금은 약 20억 달러인데, 회사는 이 중 일부를 주요 채권자인 프랭클린 템플턴 투자 등에 진 빚 상환에 쓰겠다는 계획이다. 로이터통신은 체사피크가 채권단을 상대로 현재 부채 중 일단 작은 금액부터 단계적으로 상환하는 '롤 업'(roll up) 방안을 제시해 협상 중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체사피크는 기존 채무를 주식으로 출자 전환을 하는 방안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사한 사례로는 앞서 지난 달 23일 파산보호신청을 한 미국 대형 렌터카 업체 허츠가 최근 주가 상승·거래 활성화를 근거로 추가 주식 발행이 DIP 보다 낫다는 판단을 한 바 있다.

체사피크는 프래킹(셰일 암석을 수압으로 깨트려 천연가스와 석유를 함유한 셰일 오일을 추출하는 공법) 기술을 토대로 2000년대 미국 셰일 혁명에 앞장서온 업체다. 지난 1989년 톰 워드와 체사피크를 공동 창업한 오브리 맥클렌돈 전 최고경영자(CEO)는 천연 가스가 석탄과 석유를 대체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미국 전역에 진출해 지난 2005년까지만 해도 엑손 모빌을 잇는 미국 2위 천연가스 생산업체로 키웠다. 오클라호마에 회사가 지은 체사피크아레나는 미국 프로농구연맹(NBA) 소속 오클라호마시티 썬더 홈 구장이기도 하다.
셰일 혁명의 상징인 체사피크의 파산보호신청은 코로나19사태로 뒤바뀐 업계 경영난을 보여주는 사례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글로벌 수요 감소로 원유 등 에너지 가격이 급락하면서 금융권이 셰일 업계 대출 삭감을 통해 나섰다고 전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미국 대형 은행 JP모건체이스 등 업계에 따르면 지역 은행·투자사들이 오는 가을 기업 대출 심사를 앞두고 셰일 추출 기업들의 담보부 채권 대출 규모를 30% 가량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셰일 추출 업체들의 '생명선을 끊는 것'이라고 WSJ는 보도했다. 미국 은행들의 에너지 기업 대출에 따른 위험 노출 금액은 총 6500억 달러 규모로 은행들 전체 자산을 통틀어 3.5%에 그치는 적은 비중이지만 앞으로도 셰일 업계 전망이 어둡고 이에 따라 은행들의 예상 손실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셰일 업체 뿐 아니라 다른 글로벌 대형 에너지 업체들도 어두운 소식을 전하고 있다. 영국에 본사를 둔 BP는 15일, 유가 전망치를 직전 예상보다 27%낮춰 세시하면서 2분기 이후 대규모 자산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예고했다. 버나드 루니 BP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2021~2050년까지 브렌트 유 가격이 배럴 당 55달러에 그칠 것으로 보이며 올해 2분기 130억~175억 달러(약 15조 7755억~21조 2362억원)어치 자산 상각이 이뤄질 것"이라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제 충격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며 지속 가능성을 위해 신재생 에너지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자산 상각이란 회수할 수 없는 부실 자산을 '손실'로 보고 기업 회계 장부 상 자산에서 일정 금액을 깎는 것을 말한다.
BP는 오는 8월 4일, 2분기 실적 공개 때 구체적인 자산 상각 금액을 발표할 예정이다. WSJ는 BP가 자산을 상각하면 기업의 자본 대비 부채 비율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를 메꾸기 위해 2분기 실적 발표 때 배당금 삭감도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고 이날 전했다. BP는 영국 런던 증시 뿐아니라 미국 NYSE에도 상장해 있다.
글로벌 에너지 가격 하락 여파로 원유 생산이 줄어들면서 에너지 업체 뿐 아니라 유전 관리·시추 설비 업체들도 줄줄이 실적 부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세계최대 원유 유전 관리업체인 슐룸베르거(Schlumberger)는 앞서 1분기에 배당금 대폭 삭감을 발표한 바 있다. 또 시추 설비 업체인 벨러리스(Valaris), 보(Borr) 등도 전망이 밝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멕시코 등 10개 주요 산유국 연대)이 지난 6일 "멕시코를 제외하고 나머지 국가들은 기존의 5~6월 감산을 한 달 연장할 것"이라면서 "7월 하루 원유 생산량을 960만 배럴 수준으로 낮출 것"이라고 결정한 여파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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