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망막손상·얼굴뼈 부러져도…'묻지마 폭행' 구속 줄줄이 기각
입력 2020-06-16 11:58  | 수정 2020-06-23 12:05

처음 보는 여성을 무차별 폭행하고 달아나는 '묻지마 폭행'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줄줄이 기각되고 있습니다.

창원지법 거창지원 영장전담 정지원 판사는 지난 5일 한밤중에 모르는 여성을 이유 없이 폭행한 혐의를 받는 31살 남성 A 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구속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거주지가 명확하고 조사에 응하는 등 도주 우려가 없다는 사유입니다.

오늘(16일)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30일 오전 1시쯤 거창군 거창읍 인근 도로에서 길을 가던 20대 여성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상해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피해 여성은 A 씨에게 맞아 망막이 손상되고 얼굴 뼈가 부러지는 등 크게 다쳤습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A 씨가 모르는 여성을 폭행해 범행이 중하고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법원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현재 보강 수사를 거쳐 다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입니다.

비슷한 사례로 서울역에서도 처음 보는 여성을 폭행하고 달아난 30대 남성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두 차례 기각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김태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상해 등 혐의를 받는 32살 이모 씨의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도주나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며 구속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지난 4일 '위법한 체포'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한 데 이어 두 번째입니다.

김 부장판사는 "본건 범행은 이른바 여성 혐오에 기인한 무차별적 범죄라기보다 피의자가 평소 앓고 있던 조현병 등에 따른 우발적, 돌출적 행위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법원의 판단에 여성단체 등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경남여성단체연합은 "가해자의 보복 행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신변 안전 조처인 '구속'이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단체는 "A 씨에게 폭행당한 피해 여성은 보복 행위 등 2차 피해 발생을 우려하며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며 가해자에 대한 구속이 필요하다고 호소했습니다.

경찰 조직 내에서도 '묻지마 폭행' 가해자에 대한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법원은 가해자가 주거지가 명확한 등 '도주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하는데, 이는 설득력이 부족하다"며 "요즘 세상에 집 없는 사람이 얼마나 되냐"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범행 동기가 뚜렷하지 않은 '묻지마 폭행'의 경우 언제 범죄를 저지를지 몰라 위험성이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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