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멸종 위기 구해낸 '번식왕' 갈라파고스 거북, 임무완수 후 귀향
입력 2020-06-16 09:04  | 수정 2020-06-23 09:05

왕성한 번식력을 과시하며 멸종 위기에 놓인 동족을 구해낸 100살의 갈라파고스 땅거북 디에고가 87년 만에 귀향길에 올랐습니다.

에콰도르 환경장관인 파울로 프로아뇨는 현지시간으로 오늘(15일) 트위터에 "디에고를 포함해 에스파뇰라섬 출신 거북이 15마리가 수십 년간의 번식 임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며 "에스파뇰라섬은 이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프로아뇨 장관은 여러 마리의 커다란 거북이들이 차와 배에 실려 이동하는 사진도 함께 올렸습니다.

갈라파고스에 사는 여러 종의 땅거북 중에서도 학명 '켈로노이디스 후덴시스'(Chelonoidis Hoodensis) 종인 디에고는 갈라파고스 제도의 한 섬으로 고향인 에스파뇰라섬을 일찌감치 떠났습니다. 갈라파고스 국립공원 측은 그가 1933년 포획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EFE통신은 전했습니다.


이후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 지냈고, 디에고라는 이름도 여기서 얻었습니다.

디에고는 1976년 고국의 부름을 받고 에콰도르로 돌아와 번식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해적 등의 남획 탓에 에스파뇰라섬 전체에 있던 디에고의 종족은 수컷 2마리, 암컷 12마리가 전부였습니다. 그나마도 흩어져 살고 있어서 자연 번식이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땅거북의 개체 수 감소는 거북이가 만들어 놓은 공간에서 둥지를 만들고 번식하는 또 다른 멸종위기 조류의 생존과도 직결됩니다. 이에 따라 당국은 디에고와 이 14마리를 갈라파고스제도 산타크루스섬에 한데 모아 번식에 나섰습니다.

번식 프로그램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이들 15마리 덕분에 산타크루스섬의 갈라파고스 땅거북은 이제 2천300여 마리로 늘었습니다.

디에고는 그중에서도 가장 번식력이 왕성해 현재 동족 거북 중 40% 이상이 디에고의 후손으로 추정됩니다.

산타크루스섬의 땅거북이 멸종위기에서 벗어나면서 지난 1월 디에고의 은퇴와 귀향이 결정됐습니다.

디에고는 산타크루스섬의 씨앗 등을 묻히고 가지 않도록 일정 기간 격리를 거친 후 지난 3월 에스파뇰라섬으로 보내질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에 예정보다 늦게 배에 오르게 됐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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