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단독] 두산 정상화 3조 확보위해…그룹 핵심자산 `눈물의 매각`
입력 2020-06-15 17:48  | 수정 2020-06-15 19:53
그동안 시장에선 두산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를 매물로 내놓을지에 대한 추측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두산그룹 측은 "모든 자산이 매각 대상"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놓으며 모호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결국 두산그룹이 크레디트스위스를 매각주간사로 선정하며 '핵심 자산'인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작업을 공식화하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두산그룹 경영 정상화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은 그동안 두산솔루스와 모트롤BG, 두산건설, 클럽모우CC, 두산건설 사옥, 두타빌딩 등 비교적 비핵심 자산으로 분류되는 자산과 계열사 지분에 대한 매각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매물 자체의 가치에 비해 두산그룹이 과도한 가격을 제시하며 매각 작업은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상태다.
전기차용 배터리 동박(전지박)을 생산하는 두산솔루스의 경우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PE와 매각을 논의했으나 가격 눈높이 차이로 매각 작업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두산의 유압기기사업부인 모트롤BG의 경우 최근 원매자들을 대상으로 예비 입찰을 진행했으나 흥행은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두산건설 사옥과 두타빌딩, 클럽모우CC 등의 경우 일부 매각에 성공한다 해도 두산그룹이 채권단에 약속한 자금을 모두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매각 가능성이 높은 자산은 두산타워 정도가 꼽힌다. 지금까지 3조6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한 채권단은 두산그룹 측에 자구안으로 3조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두산그룹은 채권단과의 지속적인 논의을 통해 자산 매각 계획에 대해 설명해 왔지만 채권단은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을 요구하며 두산 측을 압박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가격과 딜 성사 가능성이 높은 자산에 대한 매각이 필요하다는 요구다.
이번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착수 역시 결국 두산그룹이 채권단에 좀 더 진정성 있는 경영 정상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기계와 엔진을 생산하는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그룹의 대표적인 캐시카우다.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의 매출액은 8조1858억원으로 전년 대비 5.9% 증가했으며 영업이익도 8404억원으로 80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선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 작업이 시작되면 국내외 다수의 전략적투자자(SI)들이 관심을 드러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타 산업에 비해 코로나19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없으며 확실한 실적이 있기 때문에 인수에 관심을 드러내는 후보는 충분할 것"이라며 "해외 투자자는 물론 국내에서도 한화나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 그룹이 관심을 보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현 주가 기준 두산인프라코어의 시가총액은 약 1조2000억원 수준이다. IB 업계에선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지분 36.27%의 가치가 약 8000억원을 상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두산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착수를 통해 경영 정상화 의지를 보여줬지만 실제 매각이 성사되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이 채권단을 달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두산인프라코어가 대주주(51.05%)인 두산밥캣은 이번 매각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작업과 함께 두산인프라코어의 두산밥캣 지분을 두산중공업 혹은 (주)두산으로 매각하는 작업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밥캣은 두산그룹에서 가장 현금 창출력이 높은 계열사로 평가받는 만큼 매물로 나온다면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만큼 매각 우선순위는 낮다. 다만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 작업까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한다면 차후 두산밥캣마저 매물로 나올 가능성 역시 남아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