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말인 13일(현지시간) 뉴욕주 웨스트포인트에 위치한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했습니다.
이날 육사 방문은 군의 정치화 논란과 맞물려 '흑인 사망' 시위 사태 대응 등을 둘러싸고 군 수뇌부와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은 가운데 이뤄진 것입니다.
이러한 긴장을 반영하듯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 '투톱'은 불참했습니다.
218년 미 육사 역사상 첫 흑인 교장에 취임한 대릴 A. 윌리엄스 중장의 안내로 교정에 들어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약 30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군 수뇌부와의 갈등을 촉발한 군 동원 논란이나 남부연합 장군의 이름을 딴 기지 개명 논란 등 '뜨거운 감자'들에 대해선 피해갔습니다.
대신 '하나의 국가를 위한 한 팀' 등을 내세워 통합과 미국의 핵심가치를 강조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 미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육사 졸업식에서 축사한 것은 처음입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사태 와중에 빚어졌던 인종적, 정치적 긴장을 염두에 둔 듯 "미국을 역사적으로 특별하게 만든 것은 순간의 격정과 편견에 맞선 제도의 견고함이다"라며 "격변의 시기에 그리고 길이 험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영원하고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항구적이며 영원한 것들이다"라고 언급했습니다.
또한 주 방위군을 향해 최근 많은 도전과제를 맞아 평화와 안전, 거리에서의 법의 헌법적인 지배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 정확하게 대응한 데 대해 감사하다며 시위 대응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천107명의 사관생도 앞에서 진행된 이 날 연설에서 노예제도 타파를 위해 싸웠던 육사의 '유산'을 거론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는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의 악습을 철폐하기 위해 피로 물든 전쟁에 나가 싸우고 승리한 남성들과 여성들을 우리에게 제공해준 것도 이 학교(육사)였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육사 생도들이 민권운동 시절에 흑인 분리정책의 끔찍한 부당함을 종식하는 데도 최전방에 섰다고도 언급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습니다.
이 언급은 노예해방 기념일인 오는 19일 흑인 인종 학살의 아픔을 지닌 오클라호마주(州) 털사에서 대선 유세를 재개하려다 역풍에 직면하자 20일로 하루 미루기로 한걸음 물러난 가운데 나온 것이기도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연설 도중 지난해 6월 훈련 도중 군용차량 전복 사고로 목숨을 잃은 흑인 사관생도 크리스토퍼 모건을 추모했습니다.
연설 후에는 흑인 사관생도가 전체를 대표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칼을 선물로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시위사태 대응 과정에서 백인우월주의 논란 등에 휩싸인 점을 감안, 성난 흑인 민심을 달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AP통신은 1976년까지 육사에 여성 생도 입학은 허용되지 않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도 부정확한 언급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남부연합 대통령을 지낸 제퍼슨 데이비스, 로버트 리 장군, 브랙스톤 브랙 장군 등 과거 노예제도를 옹호하던 남부연합에서 활동했던 수많은 육사 졸업생들을 간과한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육사 밖에서는 수백명의 시위자들이 '사관생도들은 소품이 아니다' 등의 피켓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고 NYT가 전했습니다.
시위자 일부는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 운동에 대한 지지를 표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