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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구조조정 난항…정부, 캠코·PEF 끌어들여 헐값매각 막는다
입력 2020-06-11 17:38  | 수정 2020-06-11 21:26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둘째)이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정부가 자산관리공사(캠코)를 활용해 기업 자산 매각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한 것은 두산중공업 등 구조조정 기업이 자산을 팔 경우 수요 기반을 확보해주기 위한 것이다. 구조조정이 효과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기업 자산이 적정 가격을 받고 매각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시장이 경색되거나 매각 물량이 늘어나면 매각이 불발되거나 헐값 매각될 가능성이 커진다. 정부는 캠코와 민간이 함께 참여한 매각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수요 기반을 만들어줄 경우 적정 가격도 유지되고 매각도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의 수혜기업은 두산그룹을 포함해 항공사, 자동차 부품사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로부터 총 3조6000억원에 달하는 자금 지원을 받은 두산중공업 측이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속도가 느린 상황이다. 아울러 항공사, 자동차 부품사 등 4월 이후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보유자산을 매각해 유동성 확보에 나선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올해 1분기 유형자산 매각 기업 수는 34개(1조7000억원)로 1년 전의 17개(4000억원)에 비해 배로 늘었다. 이러한 기업들을 돕기 위해서 정부는 캠코채를 발행해 2조원의 재원을 마련하고 프로그램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2조원의 자금은 민관 합동 특수목적기구(SPV)에 투자된다.
정부는 캠코의 지원 여력 확보를 위해 3차 추가경정예산에 500억원의 현금 출자를 반영했다. 캠코 자금 2조원에 민간 등이 참여할 경우 최대 6조원으로 지원 규모가 대폭 커질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업 자산 매입 프로그램이 민간 자본 유입을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기업구조혁신센터를 통해 정보 공유와 매칭 지원 기능을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기업구조혁신펀드, 사모펀드(PEF), 연기금 등과 공동 투자도 모색한다.
정부는 우선 자산 매각 시장 형성이 어려운 영역을 보완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고 지원 대상을 선정하기로 했다. 중소·중견기업은 개별 수요에 맞게 폭넓게 지원하며, 대기업 역시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대기업의 경우 재무구조 개선 기업, 채권단 지원 요청 기업 등이 우선 지원 대상이다.
현재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두산이 얼마나 혜택을 보게 될지도 관심사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매각하는 '자산'에 별도의 제한이 없고 두산이 매각하는 '기업' 또한 자산에 해당하는 만큼, 두산 계열사 또한 지원 대상에 포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캠코는 구조조정기금을 활용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9515억원을 출자하고 19개 해운사의 67척 선박을 인수한 바 있다. 또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에는 건설사 지원을 위해 미분양 리츠나 펀드 등을 매입해 원리금을 회수한 적도 있다.
프로그램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 설정이다. 정부는 기업 자산이 시장에서 적정 가격으로 매각될 수 있도록 회계법인 등 외부 전문기관을 활용해 가격 산정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캠코는 배제하고 철저히 민간 컨소시엄이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가동 중인 캠코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이 자산의 감정평가액과 회계법인의 가치평가금액 등을 반영해서 결정하는 만큼, 이 같은 방식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 관계자는 "시장 유동성이 풍부한 만큼 시장에 나온 매물들은 1차적으로 시장에서 소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구조조정 기업들의 자산 가격이 헐값으로 떨어질 수 있어 이를 지지하는 역할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매입은 자산 유형과 기업 수요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적기에 자산 매각이 어렵거나 가치를 높이는 것이 가능한 자산은 캠코와 민간 공동 투자가 우선 추진된다. 이 경우 직접 매입·보유 후 제3자 매각 방식이 적용된다. 공장, 선박 등 기업 영업용 자산에는 매입 후 재임대(세일 앤드 리스백) 방식을, 기업 재매입 수요가 있는 자산은 매입 후 인수권 부여 방식을 우선 추진한다. 기업 자산 매각 지원 프로그램의 관리 또는 운영과 관련해 고의·중과실이 없으면 면책한다는 방안도 포함됐다. 정부는 이달 중으로 사전 시장 수요 조사 및 세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7월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이승훈 기자 / 이지용 기자 / 최승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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