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부패 혐의' 말레이 전 총리 부부 "경찰이 압수 핸드백 훼손…책임 져라"
입력 2020-06-11 11:30  | 수정 2020-06-18 12:05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전 총리의 부인 로스마 만소르 측 변호사가 부패 스캔들 재판에서 "경찰이 압수한 명품 핸드백 500개에 매직펜으로 일련번호를 써 훼손했다"고 주장해 관심이 쏠렸습니다.

오늘(11일) 뉴스트레이츠 타임스 등에 따르면 전날 쿠알라룸푸르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나집 전 총리 부부의 변호인 무하맛 샤피 압둘라는 "경찰이 매직펜으로 가방에 일련번호를 써 상품에 대한 존중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공무원들은 귀중한 제품을 부주의하게 다뤘고, 손해가 수백만 달러에 이를 수 있다"며 "정부는 피해를 배상하거나 새 제품으로 교체하는 등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말레이 경찰은 수사 당시 나집 전 총리 일가의 집과 아파트 등을 수색해 2억7천만 달러(3억2천억 원) 상당의 사치품을 압수했습니다.


핸드백 500개 중 상당수는 개당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호가하는 에르메스 버킨 백, 샤넬과 구찌, 베르사체 등 명품이었습니다.

압수품 가운데 보석이 1만2천점을 차지했고, 고가의 시계, 신발 등도 포함됐습니다.

나집 전 총리 부부는 이 물건들이 '대가성 없는 선물'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나집 전 총리 부부는 최근 말레이시아 중앙은행 금고에 보관된 압수품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가방에 적힌 번호를 발견하고 변호사를 통해 이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말레이시아인들은 "그 핸드백들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참으로 대단한 부부다"는 등 조롱조의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나집 전 총리는 총리 재직 시절 경제개발 사업을 하겠다며 2009년 '1MDB'라는 국영투자기업을 설립한 뒤 이 회사를 통해 본인과 측근들이 총 45억 달러(5조2천억 원)를 유용한 혐의로 재판받고 있습니다.


부인 로스마도 남편의 비자금 조성·자금세탁에 관여하고, 오지 학교 시설개선 사업과 관련해 수백억 원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습니다.

로스마는 연간 1억 원 남짓인 남편의 연봉 외엔 마땅한 소득이나 물려받은 재산이 없으면서 다이아몬드 수집을 취미로 삼는 등 사치 행각을 벌여 '말레이시아판 이멜다 여사'로 불렸습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는 대통령궁에서 1천켤레가 넘는 신발이 발견되는 등 '사치의 여왕'으로 꼽힙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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