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빚으로 버틴다…기업대출 역대 최대 증가세 3개월째
입력 2020-06-10 12:01 
이달 1일 오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남대문점에서 한 직원이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한 소상공인의 대출 신청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업대출이 3개월째 역대 최대폭 증가세를 이어가 기업들이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실물 경제 위기를 대출로 연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대출은 증가세가 꺾였지만, 중소기업 대출은 역대 최대폭 증가를 기록했다.
10일 한국은행은 5월 한 달 사이 기업이 은행에서 빌린 대출액이 16조원 늘었다고 밝혔다. 월간 증가액 기준 역대 3위를 기록했다. 이같은 기업 은행 대출 증가세는 3개월째 역대 최고 규모로 이어지고 있다. 3월 기업의 은행 대출은 19조원 늘어 당시 역대 최대규모를 경신했는데, 뒤이은 4월 기업의 은행 대출이 28조원 늘면서 한 달 만에 최대액을 경신했다. 역대 대출액 증가 규모는 4월이 1위, 3월이 2위, 이날 발표된 5월이 3위다. 이를 두고 전례 없는 실물 경제 위기를 맞아, 전례 없는 대출액 증가로 기업들이 '버틴다'는 해석이 나온다.
5월 은행에서 기업이 빌린 대출잔액은 역대 3위 규모로 늘었다. 중소기업이 은행에서 빌린 돈은 역대 가장 큰 규모로 늘었다. 가계대출은 증가세가 3월에 비해 다소 진정되는 모양새다. 금액 단위는 조원. [자료 = 한국은행, 5월 금융시장 동향]
기업별로 보면 대기업은 대출을 3조원 늘리는 데 그쳤지만 중소기업은 13조원 넘게 대출을 늘렸다. 중소기업 대출액은 2001년 월간 속보치를 집계한 이래 가장 큰 규모로 늘었다. 중소기업 대출액에는 개인사업자 대출도 포함되는데, 이들이 빌린 돈만 8조원에 달한다. 5월 말 잔액으로 보면 전체 기업의 은행 대출액은 945조원으로 1000조원 돌파가 머지않았다. 대기업 대출잔액은 180조원, 중소기업이 765조원을 기록했다.
대기업 대출은 증가세가 3월, 4월에 비해 크게 줄었다. 대기업의 은행 대출액은 3월 11조원, 4월 11조원 연이어 큰 폭으로 증가하다 5월 3조원으로 규모가 줄었다. 이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회사 상황이 빠르게 안정된 데 더해 회사채 발행 시장이 개선된 영향이 크다. 통상 회사채는 일정 규모 이상 기업만 발행해, 대기업들은 참여가 많지만 중소기업은 거의 발행하지 못한다. 5월 회사채 순발행량은 3조원 늘었는데, 3월 5000억원 순감, 4월 1000억원 순증에 비해 발행시장 한파가 다소 가신 모양새다. 회사채 발행시장은 정부와 산업은행, 한국은행이 회사채 매입을 위한 특수목적기구(SPV)를 산업은행 산하에 10조원 규모로 설치하기로 합의한 영향으로 시장 불안이 줄었다. 채권을 발행하면 '받아줄 것'이 생겼다는 것이다.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에서 직원이 상담에게 대출 조건과 절차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 매경DB]
은행 가계대출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축에 더해 지난해 말 정부가 12·16대책 발표 영향이 가시화하며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줄었다. 5월 가계 은행대출은 5조원 늘어 4월(5조원 증가)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주택담보대출은 4월 5조원에서 5월 4조원으로 다소 규모가 줄었는데,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 등을 포함하는 기타대출은 4월 1000억원 감소에서 5월 1조원 증가로 전환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가계 소비지출이 둔화하고 있지만 통상 5월에는 가정의달 등 계절적 자금 수요가 늘어나 대출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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