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코로나 충격 극복한 원화…원화값 1100원대 안착하나
입력 2020-06-09 17:49  | 수정 2020-06-09 20:11
◆ 코로나 회복한 금융시장 ◆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줄곧 1200원대에 머물렀던 원화값이 이달 들어 급등을 거듭하더니 결국 1200원을 깨고 종가 기준으로 약 3개월 만에 최고치인 1197.7원을 기록했다.
원화값은 지난 1일 하루 만에 13.5원, 3일 8.6원, 5일 11.6원에 이어 이날 7.1원 상승해 연일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5일 종가가 1244.2원까지 떨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약 2주 만에 46.5원 오른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미국·유럽 등 주요국 경기 부양과 이에 따른 급격한 달러 약세 영향이란 해석이 주를 이룬다. 불안감 탓에 극에 달했던 '달러 선호' 현상이 잦아들면서 코로나19 이전의 달러 가치로 되돌아가는 과정이란 것이다.
실제로 주요국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달러 유동성 부족이 극심했던 지난 3월 19일 103.7까지 치솟았으나 이날 96.6으로 떨어졌다. 이는 원화값과 마찬가지로 3월 11일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지난달 말부터 유로존의 경기 부양책으로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위안화와 원화 모두 달러 약세를 따라가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유로·달러 환율은 3월 19일 1.065유로에서 이날 1.127유로로 5.8% 상승했다. 백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달러당 원화값이 1180원대까지 더 오를 여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와중에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과 K방역 등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국가 리스크'가 잦아든 점이 원화 가치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요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을 연 환산하면 -20%가 넘지만 우리나라는 -5% 수준에서 선방했다"며 "국가 부도 리스크를 나타내는 CDS프리미엄도 코로나19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다만 달러 약세와 원화값 상승세가 추세적으로 지속될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백 연구원은 "시장의 경제 회복 기대감이 실제 속도를 지나치게 앞서가고 있다"며 "경기 부양의 정책적 한계를 실감하게 되면 중장기적으로는 달러당 원화값도 다시 1200원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향후 원화값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1160~1180원대로 돌아가기 위해선 달러 수급이 원활해져야 한다는 점이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우리나라 달러 공급의 양대 축은 주식시장의 외국인 순매수 자금 유입과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물량인데 아직까지 두 요인 모두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이 밖에 9~10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경기 부양책이 나온다면 이 역시 달러 약세를 부추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FOMC를 앞두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메인스트리트 대출 프로그램 확대 정책을 발표한 점이 기대감을 키우며 투자심리 회복 분위기를 이끌었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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