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국 중 이란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산이 다시 시작되는 '2차파동'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매일경제가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국가별 코로나19 감염 통계를 확인한 결과 이란은 지난 3월 말 양성 확진자가 최고치(감염곡선 상 정상부)를 찍은 뒤 감소세를 보였다.
그런데 5월 들어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더니 지난주 5일 무려 3574명의 확진자가 쏟아져 1차 파동 최고치(3월 30일·3186명)를 다시 돌파하는 2차 파동이 나타났다.
이란이 3~4월 코로나19의 불길을 어렵게 진화한 뒤 다시 6월에 폭증한 데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처가 거론되고 있다.
특히 6월의 폭증세는 이란의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 관련 대대적 봉쇄완화 정책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라마단이 공식 종료되는 지난 5월 24일을 기점으로 박물관과 유적지 등 주요 관광지를 다시 열었다.
뒤이어 5월 26일 마슈하드 지역에 위치한 이맘 레자 영묘 등 주요 이슬람 시아파 종교시설을 재개방하는 후속조치를 취했다.
지난 2월 이란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보고됐고 이후 확산 원점(epicenter)으로 지목됐던 종교도시 곰의 파티마 마스메 사원도 이날 재개방됐다.
이란을 제외한 다른 국가 중 최근 하루 확진자 규모가 종전 최대치를 다시 뛰어넘은 사례는 말레이시아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의 최근 급등세는 이란의 '지역사회 감염' 재확산이 아닌 특정 시설에서 집단적 감염 사례로 확인돼 '일시적 현상'으로 평가된다.
지난 5일 현지 불법 체류자들을 수용하는 이민자 구치소에서 감염사례가 집단 발병해 270명이 무더기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부가 코로나19 방역대책의 일환으로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을 찾아내 구치소 격리를 결정했는데 공교롭데도 이 시설에서 감염 폭발이 이뤄진 것이다.
이는 3월 말 최대 230명대까지 치솟았던 1차 감염파동 정상부를 뛰어넘는 수치이지만 금주 들어 다시 확진자 수가 하향 안정화해 지난 8일 신규 확진자가 7명에 그쳤다.
코로나19 감염 파동이 다시 불거지자 이란 정부는 국민들을 상대로 반드시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주 감염 확산세를 지목하며 만약 시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규칙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코로나19 확산의 보다 강력한 2차 파동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지난 3월 최악의 코로나19 창궐 때도 정부의 잘못된 정책 판단으로 대내외 질책을 받았다.
2월 21일 임기 4년의 의원 290명을 뽑는 총선을 앞두고 지역 감염사례가 나왔음에도 마스크·손세정제 등 최소한의 예방조치 없이 선거를 강행했다.
이날 총선 뒤 불과 2주만에 이란 내 31개주 가운데 단 한 곳만 빼고 모든 주에서 확진자가 쏟아지며 전염병 창궐 상태가 됐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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